“0% 이자라길래 돈 빌렸는데…” 빚투 개미들, 코스피 하락에 조마조마
빚투 두달새 1조5000억 급증
연초 이후 일부 증권사들이 0% 금리까지 제공하며 신용거래융자를 주는 마케팅을 벌이는 와중에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고민이 최근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AI(인공지능) 반도체 업황 개선 등의 바람을 타고 ‘빚투’에 나선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계속 주가가 오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중동 정세 악화와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하면서 주가가 방향을 바꾸면서 고민이 커진 것이다. 코스피는 지난 12일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17일에는 0.98% 하락한 2584.18에 마감하면서 2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무턱대고 ‘빚투’에 나섰다가 주가 하락으로 원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이벤트 기간 이후엔 금리가 올라가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증권사들은 주식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신용거래융자 금리 인하 마케팅를 확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렸다가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단기간 무이자로 신용거래융자를 제공하거나 60~90일간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식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3월 중순부터 오는 6월 말까지 신용융자 신규 고객이나 주식 거래를 재개하는 휴면 고객에게 7일간 이자율 0%를 제공하고 있다. DB금융투자와 KB증권·한화투자증권 등도 조건에 따라 연 4.8~4.9%의 낮은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일반적인 신용융자 금리는 연 9% 수준인데, 이벤트 금리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마케팅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런 요인도 작용해 ‘빚투’ 규모는 늘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2826억원이었다. 2월 15일 17조7810억원 대비 1조5020억여 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각각 7900억원, 7100억원쯤 늘었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벤트는 투기성 단기 투자를 조장하고 증시 변동성을 높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빚투’ 위험성을 잘 모른 채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엔 이차 전지 이외 종목으로 빚투 종목이 넘어간 상황”이라며 “모니터링을 통해 증권사의 정상적인 영업 범위인지 등을 꾸준히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증권사들은 “빚투를 조장하기 위한 금리 이벤트는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이벤트를 진행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 융자가 가능한 종목들 대부분이 대형 우량주로 구성되어 있다”며 “투자 레버리지(대출) 수단을 제공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방점이 더 찍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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