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총리는 모디?… ‘경제’로 압승 굳히기

류재민 기자 2024. 4. 18.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도 총선 내일부터 44일 대장정
인도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지지자들이 4일 타밀나두주 주도인 첸나이에서 열린 대중집회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연설을 듣고 있다. 힌두 국수주의 성향인 모디 총리는 4∼5월 실시될 총선에서 세 번째로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시(市) 지역구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AFP 연합뉴스

유권자만 9억7000만명, 투표 기간만 6주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선거인 인도 총선이 19일 시작된다. 이 선거 결과에 따라 2014년 집권 인도국민당(BJP)을 이끌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연방 하원 의원 543명 전원을 새로 뽑는 인도 총선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거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 때문에 치를 때마다 지구촌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넓은 영토와 너무 많은 유권자 때문에 투표도 한 달이 넘도록 진행되는데, 첫 투표일인 이날부터 마지막 투표일인 6월 1일까지 약 6주간 총 7번의 투표가 치러지고 총선 결과는 6월 4일에 발표된다.

그래픽=백형선

인도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문맹자들도 쉽게 정당들을 식별할 수 있도록 각 정당은 연꽃, 손바닥 등 그림으로 그려진 상징을 부여받는다. 투표소는 모든 유권자의 집에서 2㎞ 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인도 선거 규정 때문에, 북부 히말라야산맥부터 남부 해안의 외진 섬까지 인도 전역에 투표소 105만곳이 설치되고 선거 관리 인력 1500만명이 동원된다 헬기·낙타·말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투·개표가 진행된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투표로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해 왔다는 자부심이 강한 인도는 총선을 ‘민주주의 축제’라고 불러왔지만, “집권 여당의 승리를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나오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모디가 이끄는 BJP의 압승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지 매체 인디아TV와 여론조사 업체 CNX가 투표 개시를 이틀 앞둔 17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BJP는 단독으로 343석(63%), 친여 정당들과의 연합으로도 393석(72%)을 얻어 의석을 싹쓸이할 것으로 예측됐다. 총리 선출 최소 의석수 (272석)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C)의 의석수는 불과 40석(7%)에 그치고, 반(反)모디 세력을 규합해도 99석(18%)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2014년 모디의 정권 교체 당시 282석을 획득했던 BJP는 5년 뒤 총선에서 303석을 얻으며 과반을 넘어섰고, 이번 선거에서 예상대로 압승할 경우 사실상 1당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디는 인도의 국부로 추앙받는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 이후 첫 3연임 총리가 되고, 이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네루·인디라 간디·만모한 싱 등 쟁쟁한 총리들을 배출하며 인도 정치를 대표해 온 INC는 3연속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 당의 존립조차 위태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3연임을 향해 순항 중인 모디의 최대 무기는 ‘경제’다. 2014년 세계 11위였던 인도의 경제 규모는 지난해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라섰고, 2027년엔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뛰어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G20(20국) 정상 회의 개최와 인류 최초의 달 남극 착륙 등 인도의 위상을 과시하는 뉴스가 쏟아졌다. 미국 등 자유주의 서방 세력과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력의 패권 전쟁이 이뤄지는 가운데,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국익 챙기기에 주력한 모디의 독자적 외교 노선도 대외적 존재감을 높이는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디는 이런 분위기를 이어 “인도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7년, 인도는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공약을 앞세우며 압승 여론 굳히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러나 모디와 BJP가 총선 승리 굳히기를 위해서 대중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반대 세력 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모디가 총선을 100여 일 앞둔 지난 1월 북부 도시 아요디아의 힌두교 사원 축성식에 직접 참석하면서 “힌두민족주의를 앞세워 선거 출정식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원이 건립되는 터가 힌두교도들이 “과거에 힌두 사원이 있었던 곳”이라며 이슬람 모스크를 파괴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모디는 또 지난달에는 힌두교도·무슬림 간 갈등 지역인 카슈미르, 인도·중국 국경 분쟁 지역인 아루나찰 프라데시도 찾았는데, ‘인도의 국익을 지키는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 심기에 주력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모디에게 맞서 2014년과 2019년에 이어 또다시 라훌 간디(54) INC 전 총재가 총리 후보로 나서 정권 교체에 도전한다.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를 비롯해 총리만 세 명을 배출한 인도 최고의 정치 명문가인 간디 집안 출신이다. 하지만 총리에 올랐던 할머니(인디라 간디)와 아버지(라지브 간디)가 모두 피살된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세 번째 총리 도전을 앞둔 참패를 예고하는 각종 여론조사로 그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치 명가의 전통을 재건하겠다는 각오로 2022년부터 매년 6000~7000km에 달하는 ‘인도 횡단’ 대장정을 펼치고 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그는 “집권 여당이 야당 인사들을 체포하는 등 탄압에 나서며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다”며 반(反)모디 전선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그 역시 세 번째 총리 도전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2019년 “어떻게 모든 도둑은 모디라는 성을 갖고 있느냐”고 발언했다 총리 모욕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을 위기였으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선고를 유예하면서 가까스로 의원직을 지켜냈다. 이 사건은 야당과 서방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인 표현의 자유가 훼손되고 있는 사례로 비판받아 왔다.

인도 금융 당국은 지난 2월 탈세 등의 혐의로 인도국민회의의 은행 계좌를 동결해 사실상 선거 캠페인 자금줄을 차단했다. 또 3월에는 야당 대표 정치인인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주 주총리가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수도 델리주는 여당 BJP가 정권을 잡지 못한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이 같은 일련의 행보에 대해 모디 정권이 총선 압승을 위한 야당 견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