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楊 기용설… “당 정체성 부정” “화합형 인사” “野 파괴공작”

박수찬 기자 2024. 4.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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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 종일 술렁
그래픽=정인성

17일 대통령실이 야권 인사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각각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에 유력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정치권은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대통령실이 “검토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여야 모두에서 후폭풍은 계속됐다. 여당에서는 지지자들의 항의성 문의가 이어졌고 대통령실의 인사 방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야당은 ‘여론 떠보기’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정부가 야권 인사 기용으로 야권 분열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 검토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지만 오늘과 같은 해프닝은 메시지 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낸 것이라 상당히 아쉽다”고 했다. 권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 참패로 이미 1차 충격을 받은 당원, 지지자들이 보도를 보고 2차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 입장을 내게 됐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아무리 곤궁한 상황이지만 우리와 대립했던 사람을 총리로 모시고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될 비서실장 인사는 여야 협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다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께선 IMF를 극복하기 위해서 보수 진영에 있던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셔왔지 않았느냐”며 “여야가 상생하고 화합하는 그런 협력 관계로 IMF를 극복했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초대 비서실장에 노태우 대통령 정무수석을 지낸 경북 울진 출신 김중권 비서실장을 임명했었다. 권영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정부 입장에서 인적 쇄신을 위해 제한 없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이라면서도 “야당 인사를 기용해 얻고 잃는 게 뭔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당에서는 누가 낸 인사 아이디어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대통령실에도 여당 의원들의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선 대통령실의 정무 판단과 인사 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4·1 의료 개혁 담화, 16일 국무회의 ‘비공개 사과’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당과 논의되지 않은 인사 아이디어가 언론에 노출되고, 그 결과 보수 지지층마저 흔들린다는 것이다. 다른 중진 의원은 “민심을 옮기는 일은 태산을 옮기는 일인데 대통령실이 정치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며 “지금은 특이한 아이디어를 낼 때가 아니라 당권 주자를 포함해 여당 중진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대통령실의 의도에 촉각을 세웠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야권 성향 인사를 찾으면서 (박영선 전 장관 등이) 거론된 것 같다”며 “이 사람들을 언론에 흘려서 정치권의 반응이나 여론 동향을 한번 살펴보려는 의도”라고 했다.

추미애 당선자는 SBS 라디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지만 국회 인준을 받지 못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총리 한 사람이 들어가서 뭘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기 때문에, 박영선 전 의원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박지원 당선자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띄워 보기, 간 보기”로 언론에 흘린 것으로 추측하면서 “(윤 대통령이) 야당 파괴 공작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 민주당 인사들이 (합의 없이 윤석열 정부로) 간다고 인준이 안 될 것이고,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인사가 진행된다면, 임기 초에는 MB 계열 뉴라이트만 쓰면서 ‘MB 아바타’ 소리 듣더니, 이제는 ‘문재인 아바타’”라며 “끔찍한 혼종 (인사)”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인사 보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 당 회의에서 전날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겨냥해 “대통령의 말씀을 들은 다음부터 가슴이 콱 막히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며 “어떤 분하고 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물었는데, 그분이 ‘마음의 준비를 더 단단하게 하고 안전벨트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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