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빨아들이는 ‘킹달러’… 인니-페루-폴란드 등 화폐가치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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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금리 장기화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의 독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에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는 '킹달러'의 귀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신흥국의 화폐가치가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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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환율-물가 ‘3高’ 겹쳐 침체 공포
EU “더 못늦춰” 6월 금리 인하 시사
16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대폭 올렸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2.5%)을 넘어서는 것으로 미국을 제외한 주요 7개국(G7)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높다. 미국 경기가 침체하지 않고 고공비행을 지속하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회복 시나리오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높은 성장률을 바탕으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 발언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 수요는 더욱 강해졌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를 넘었다가 4.9%대에 자리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한때 4.669%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높였다.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아시아 지역 및 신흥국의 화폐가치는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7% 넘게 올랐고, 엔-달러 환율도 34년 만에 154엔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와 페루 등도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폴란드와 태국 등도 구두 개입에 나섰다.
환율 상승 여파로 신흥국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금이 유출되는 현상도 본격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글로벌 펀드들이 이달 들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에서 22억 달러를 순매도했다”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인해 미국 국채 등에 대한 투자 매력이 더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자본 유출 우려에도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 둔화가 예상대로 진행되고 큰 충격이 없다면 제한적 통화정책을 완화할 시기로 향하고 있다”며 6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의 경기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은 막대한 재정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데다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관련 산업도 주도하고 있어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이 다른 국가 경제에는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각국의 화폐가치는 하락하고 물가는 상승할 것”이라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 세계 각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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