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선거 유감

경기일보 2024. 4.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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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홍 아시테지 세계본부 부회장

오해마시라. 결과에 대한 유감은 아니다. 지난 몇 주, 아니 몇 개월간은 총선이라는 광풍이 휩쓸고 간 느낌이다. 선거 기간 내내 한 가지 이슈가 지배했고 이것이 강력한 힘을 발휘해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현 정부 출범 2년 만에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고 결과도 이를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중요한 문제가 다양한 생각 및 의견들과 함께 드러나고 논의되길 바랐다. 왜냐하면 선거란 오랜만에 민의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선거공학도 제대로 모르는 나이브한 소시민의 바람일지 모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한 가지 이슈 때문에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여러 문제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다. 현 정부를 지지하든 아니면 야당을 지지하든 각자의 판단과 선호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뽑았겠지만 앞으로 4년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들을 뽑는 자리이기 때문에 무슨 무슨 심판과 함께 좀 더 뿌리 깊고 다양한 문제를 다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의대 정원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인 기후위기, 우리의 절실한 문제인 출산율 감소 및 지역 인구절벽 등 바로 맞닥뜨린 문제조차 깊이 다뤄지지 않은 것은 실로 유감이다. 또 지난 한두 차례의 선거 이슈였던 청년 문제 또한 정권심판론에 묻혀 이에 대한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없었다.

청년 문제와 연결돼 있기도 하고 어린이·청소년 분야의 종사자로서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한 청소년 자살률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정권심판, 정권교체 이런 것들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과연 희망이 있는 나라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출산율이나 자살률, 청년 문제 등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또 다른 중차대한 과제들과도 연결됐다. 청소년 자살률만 하더라도 청소년 개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후보나 정당 차원에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거의 아무도 관심없는 정당 선거 공약집의 한 귀퉁이에 있을까 말까 한 것이 우리의 선거 현실이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그래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다루고 머리를 맞대야 할 핵심 과제들이 아닌가.

이제 어느 정도 광풍이 지나갔으니 이번에 뽑힌 선량들에게 차분히 요구해본다. 이런 문제 어떻게 하실 거냐고.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그럼 당신들의 우선 순위는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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