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 벚꽃과 계절관측

▲ 유희동 기상청장

어느새 온 세상에 눈이 새하얗게 뒤덮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기인 겨울을 지나, 파릇파릇한 새잎이 돋아나고 색색의 꽃들이 활짝 기지개를 켜는 봄이 왔다. 우리는 따뜻해진 기온을 피부로 체감하며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도래하였음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처럼 달라진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면서도 계절의 변화를 인식할 수 있다.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전령사는 아무래도 ‘꽃’이 아닌가 싶다. 매화를 시작으로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등이 하나둘씩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하면, 봄이 어느새 우리를 마중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이렇게 계절적 특성에 맞는 생태계의 변화를 관측하여 계절변화의 추이를 살피고 있으며, 이를 ‘계절관측’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식물과 동물, 기상현상을 관측하는데, 동물은 제비, 뻐꾸기, 매미 등 6종, 식물은 매화, 진달래, 개나리, 벚나무, 단풍나무 등 12종, 기상현상은 서리, 얼음, 눈 등 5종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매년 관측자의 눈으로 직접 관측하고 있다. 식물의 경우 군락지에서 지정된 나무를 표준목으로 삼아 관측하며, 지정된 관측목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피었을 경우 꽃핌(개화), 한 나무에 80% 이상 꽃이 활짝 피었을 경우 활짝 핌(만발)으로 정하는 등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관측을 하여 자료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기상청은 이렇게 관측한 자료를 통해 최근 30년 동안의 계절관측 평년값을 구하고 있다. 오랜 기간 지정된 장소에서 관측하여 축적된 계절관측 자료는, 기후변화로 인해 변화된 동식물 생장과 환경의 변화를 알려주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기후위기가 초래할 문제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기후변화에 대한 동식물의 반응 및 분포 범위, 계절적 변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유추할 수 있게 해 주며, 봄꽃의 개화 시기를 통해 봄이 찾아왔음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꽃이 우리에게 봄이 찾아왔음을 알려주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봄꽃을 꼽자면 벚꽃이라고 할 수 있다. 벚꽃은 봄꽃 중 가장 널리 분포되어 있을뿐더러, 연한 분홍빛의 꽃잎이 가지 위에 아름답게 핀 모습은 마치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과도 같아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만개한 벚꽃을 본 순간, 마치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신비로운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벚꽃의 아름다움이 찰나에 지나간다고 느끼는데, 이는 실제로 벚꽃은 일반적으로 개화한 지 일주일 정도면 만개하고 만개한 후 대략 일주일이면 낙화를 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사라지는 만큼 더 아름답고 소중한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매년 많은 이들이 벚꽃 명소를 찾는다. 이때, 벚꽃이 만개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벚꽃 자료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매년 3월 초순에서 5월 하순 사이에 강릉 경포대, 춘천 소양강댐, 진해 여좌천, 서울 여의도 윤중로 등 대표적인 벚꽃 유명지의 벚꽃 개화 현황과 상세정보, 사진을 날씨누리의 테마날씨-계절관측 메뉴에서 제공하고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분분히 흩날리는 꽃잎 아래로 펼쳐지는 봄의 축제를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즐겨 보면 어떨까. 올봄에도 언제 피었었냐는 듯 벚꽃은 짧은 순간 피었다가 이내 지겠지만, 벚꽃을 바라보며 느낀 감상과 소중한 추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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