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전장연 '탈시설' 충돌…지원 폐지 vs 유엔협약 위반

장혜승 2024. 4.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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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지원폐지 조례 발의
전장연 "장애인 인권침해" 반발
서울시 "중증 장애인 선택 보장"

장애인 탈시설 지원을 폐지하는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발의되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전장연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저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전장연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의회가 장애인 탈시설 지원 폐지 조례를 추진하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반발하고 있다.

전장연은 폐지 조례가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의 장애인 권리 실현을 명시한 UN장애인권리협약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1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현기 의장은 지난달 25일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발의했다.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탈시설 조례'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탈시설 조례는 2022년 7월 전국 최초로 서울시에서 제정된 조례다.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서울시장이 탈시설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하도록 하는 한편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운영,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지원 등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탈시설 조례 폐지 움직임이 시작된 건 지난해 5월 이 조례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주민청구조례 운동이 시작되면서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등은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탈시설 정책을 추진해 지역사회 정착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탈시설 조례 폐지 조례안을 제시했고, 서울 시민 2만7000여명의 동의를 받아 올 3월 발의됐다. 시민 2만5000명 이상이 동의한 주민청구조례안은 자동으로 서울시의회 의장이 발의하게 된다.

서울시의회는 19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조례 폐지안의 상임위원회 상정 여부를 논의한다. 폐지안이 상정돼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탈시설 조례는 없어진다. 이를 기반으로 추진되는 관련 사업들도 근거를 잃게 된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을 폐지하는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발의되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전장연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저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전장연

전장연은 즉각 폐지 조례를 폐기하라며 반발했다.

전장연은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시장의 횡포를 견제하고 장애시민 권리 보장을 위해 탈시설지원조례에 힘을 실어야 할 책임을 저버리지 않기를 촉구한다"며 "UN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한 권리가 지켜지길 바라는 시민들은 조례 폐지안이 폐기되기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장애인단체들은 1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탈시설 조례는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 및 대한민국 헌법에 기반해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조례"라며 "폐지는 명백한 장애인 인권침해이기에 시급한 시정 권고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총 50개 조항과 선택의정서 18개 조항으로 구성된 국제인권조약으로 장애인에 대한 평등한 대우 보장, 차별금지, 사회참여 등 장애인이 보장받아야 할 주요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한다. 협약 당사국은 모든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며 지역사회로 통합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당사자들은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을 폐지하는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발의되면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반발하고 나섰다. 오 시장이 지난해 3월 21일(현지시간) 오후 코펜하겐의 장애인 거주시설인 무스보어바이 쉬드를 찾아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그동안 서울시와 전장연은 탈시설 지원 정책을 둘러싸고 대립을 이어왔다. 전장연은 탈시설 정책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시는 시설과 탈시설 정책을 함께 추진해 장애인 당사자들이 여건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3월 유럽 출장 중 덴마크 코펜하겐의 장애인 거주시설 '무스보어바이 쉬드'를 방문해 "시설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더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며 "일률적으로 (장애인 정책 관련) 원칙을 정하고 한쪽 방향으로 유도해 나간다기보다는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올 2월에는 장애인의 자립 역량을 의료인 등 전문가들이 5년간 평가하고 자립 역량을 갖추지 않은 장애인은 시설 퇴소 후에도 다시 자립 체험 시설로 들어가게 하는 '장애인 자립 절차 개선안'을 내놨다.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정착에 불편이 없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장애인 거주 시설과 환경 개선에 44억원을 투입해 기존 복도형 시설에 사생활 보호 기능을 추가한 가정형으로 전면 리모델링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이 필요한 장애인도 있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원하는 장애인도 있는 만큼 장애인들의 선택권 보장이 제일 중요하다"며 "(양측을) 균형있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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