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물가-고금리에 ‘역대급 킹달러’… 악재에 포위된 韓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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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나 홀로 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른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이어 이번까지 네 차례밖에 없었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원화 약세가 길어지면 '반도체의 봄'을 맞아 겨우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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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값이 힘을 잃고 있는 것은 강(强)달러를 넘어 ‘킹달러’라고까지 불릴 정도의 달러 초강세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6일 “물가상승률 2.0%에 대한 확신을 얻는 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며 고금리를 장기간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다. 한국의 경우 9조 원에 이르는 배당금 해외 송금이 4월에 집중된 것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원화 약세가 길어지면 ‘반도체의 봄’을 맞아 겨우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는 측면도 있지만 엔화 등 다른 통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이고, 전체적으로는 원자재 수입 부담 등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 수입 물가가 올라 가뜩이나 높은 국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씩 오르면 국내 제조업의 원가는 4.4%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들의 외화 빚이 역대 최대인 226조 원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이자 비용 증가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불가피하다. 외국인 자금 이탈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우려가 있다. 예상보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가뜩이나 힘든 가계와 기업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금융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높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3고’가 장기화되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저하고’에 기댄 정부의 낙관적 경제 운용을 다시 점검할 때가 됐다. 당장 물가가 3월에 정점을 찍고 둔화할 것이란 정부의 전망부터 빗나가고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물가 및 금융시장 안정, 투자 활성화 등 경제 회복을 위한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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