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린 분노의 상징[이은화의 미술시간]〈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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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 있는 필립스 컬렉션은 미국 최초의 현대미술관이다.
1921년 미술품 컬렉터였던 덩컨 필립스가 설립했다.
30대 초 아버지와 형을 차례로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 그는 자택 안에 가족을 기리는 필립스 메모리얼 갤러리를 설립했다.
화가 마저리 애커와 결혼하면서 갤러리를 일반에 공개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필립스 컬렉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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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는 피츠버그의 대부호 집안에서 태어났다. 사업보다는 가문의 돈을 잘 쓰는 데 진심이었던 터라 열정적인 미술품 수집가가 되었다. 30대 초 아버지와 형을 차례로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 그는 자택 안에 가족을 기리는 필립스 메모리얼 갤러리를 설립했다. 화가 마저리 애커와 결혼하면서 갤러리를 일반에 공개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필립스 컬렉션의 시작이다.
개관 초기였던 1925년 도미에의 ‘봉기’가 시장에 나오자, 필립스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사들였다. 그림은 루이 필리프 왕정을 무너뜨린 1848년 혁명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흰옷을 입은 남자가 오른손을 치켜들고 시위대를 이끌고 있고, 어린아이와 여자, 중절모를 쓴 부르주아 남성까지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배경 오른쪽에는 수직 벽이 보인다. 깨부수어야 할 봉건시대의 낡은 틀을 상징하는 것 같다. 선봉에 선 남자의 팔 아래는 어둠으로 가득하지만 머리 위로는 밝은 빛이 비친다. 그가 두렵지만 앞서서 나아가는 이유다.
필립스는 자기 취향대로 그림을 수집했지만, 보편성과 인류애를 담은 작품을 좋아했다. 그는 도미에의 그림이 ‘억눌린 모든 인간의 분노를 상징’한다고 보았다. 억눌린 자유와 경제 파탄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혁명으로 이어져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고 여겼다. 새 시대에는 새로운 미술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그가 이 그림에 매료된 건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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