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 키우는 데 온 마을 나서듯… 결혼·출산·육아정책 책임진다 [지방기획]

배소영 2024. 4. 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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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과의 전쟁’ 선포한 경북도
2023년 출생아 1만200명… 10년간 54% ↓
1분기 인구자연감소도 전국서 가장 많아
道, 2024년 조직개편 4개팀 13명 TF 꾸려
‘우리동네 돌봄마을’로 아이들 보살피고
中企 근무하는 부모들 대상 ‘조기 퇴근’
도청에선 ‘아이 동반 근무 사무실’ 시행
‘청춘동아리’·‘솔로마을’·‘크루즈 여행’…
미혼남녀 만남 주선 패키지 사업 벌여

‘0.86명.’

지난해 경북의 합계출산율이다. 경북도의 저출생 극복 정책의 기본 방향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이다. 부모만 양육을 책임질 게 아니라 모두가 아이를 책임지고 키운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올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혼남녀의 만남 주선부터 결혼과 주택 마련, 출산, 육아, 돌봄, 교육까지 부모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발굴·집행하는 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경북도가 2월20일 도청 동락관에서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식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17일 도에 따르면 경북의 혼인 건수는 2013년 1만5421건에서 지난해 8128건으로 최근 10년간 4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2만2206명에서 1만200명으로 54.1% 줄었다. 반면 고령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경북의 인구자연감소는 360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고령화로 사람은 줄고 있는데 아이마저 태어나지 않으면 지방소멸은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아이 울음소리가 더 간절한 이유다.

◆저출생 반등 위해 본부급 전담조직 꾸려

도는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 올해 1월25일 조직 개편을 꾀했다. 안성렬 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분야별로 역량이 있다는 직원을 모아 4개팀 13명으로 ‘저출생과 전쟁본부(TF)’를 꾸렸다. 도는 합계출산율 2.1명을 목표로, 저출생 극복을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가 발표한 ‘K저출생 극복 기본구상’은 완전 돌봄과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크게 네 가지 분야 72개 세부 실행계획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우리동네 돌봄마을’ 사업은 도가 마련한 대표적인 저출생 극복 정책이다. 쉽게 말해 예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아이를 키웠던 공동체 돌봄의 21세기 버전이다. 아파트·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에 전문 교사와 자원봉사자, 대학교 실습생이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아이를 보살핀다. 순환버스가 아이들의 이동을 지원하고 경찰·소방에서 안전을 책임진다.

도는 일·생활 균형을 위해 기업과 근로자를 위한 지원을 꼼꼼하게 챙길 방침이다.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초등학교 저학년 부모를 대상으로 ‘조기퇴근 돌봄’을 실시한다. 그간 추진해 온 아이돌봄 서비스와 아픈 아이 긴급돌봄, 24시간 어린이집·응급처치 편의점 등 긴급 돌봄 플랫폼은 강화한다. 특히 ‘아이 동반 근무 사무실’과 같이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은 도청부터 솔선수범하기로 했다.
청년·신혼부부의 주택 구입·전세 자금 대출 지원은 대폭 확대한다. 육아기 근로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기업에는 각종 혜택을 주는 양방향 정책도 도의 역점 저출생 대책 중 하나다. 중앙정부는 육아기 단축 근무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하고자 월 기준급여 200만원을 한도로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200만원 이상 월급을 받는 근로자는 임금 전액을 보전받지 못한다. 이에 도는 중앙정부 지원에 더해 근로자의 통상임금을 400만원까지 보전하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월25일 도청 미래전략기획단에서 저출생과 전쟁본부 TF 출범식을 한 후 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자만추’ 중매까지… 저출생 모금 운동도

경북은 결혼 적령기 청년인구 밀집도가 낮고 민간 결혼정보회사 역시 대부분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남녀 간 만남의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이에 착안해 도는 미혼남녀 만남의 기회를 늘리기로 했다. ‘미혼남녀 만남 주선 패키지 사업’이 그것이다. 저출생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미혼남녀의 만남과 결혼을 돕는 일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청춘동아리’와 ‘솔로마을’, ‘행복만남 여행’, ‘크루즈 여행’ 등의 사업이 대표적이다.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노력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선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경북도는 지난 3월21일 국무조정실을 찾아 12개 저출생 관련 규제 개선 과제를 건의했다. 개선 과제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절차 개선과 공동주택단지 내 돌봄 시설동의 규정 완화, 자동차 취득세 감면을 위한 다자녀 기준 확대 등이다. 아울러 ‘완전 돌봄 특구’ 지정을 요청하고 부총리급 이상의 인구가족부를 신설해 지방에 설립하는 것도 도 제안 사항에 포함돼 있다. 도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총괄 지휘부 격으로 대통령실에 저출생극복 수석비서관을 둘 것을 제안했다.

도는 이와 별개로 ‘온 국민이 함께하는 1만원 이상 성금 기부 운동’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초부터 기업과 단체, 개인 등 성금 기부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달 14일까지 14억원이 모였다. 성금은 저출생 극복 및 출산 장려 사업비로 쓰인다. 5월에는 ‘저출생 반등 완화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성렬 도 저출생과전쟁본부장은 “저출생 대응은 현장을 잘 아는 지방에서 기획부터 집행까지 주도해야 한다”면서 “경북에서 급속한 저출생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성공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저출생 원인은 ‘수도권 병’… 살기 좋은 지방 만들어 해소”

영국의 작가 다니엘 튜터는 ‘기적을 이룬 나라, 그러나 기쁨을 잃은 나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묘사했다. 드라마틱한 성장 뒤에는 ‘지역 불균형’이라는 비용청구서가 날아들었고, 여기에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더욱 치열해진 경쟁은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졌다는 평가였다.“

연애와 결혼, 주택 마련, 출산과 육아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을 연달아 내놔 저출생 전쟁에서 승기를 잡겠습니다.”

이철우(사진) 경북도지사는 10여년 전부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지방균형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분권주의자이다. 그의 지론은 가속화하는 인구·지방소멸 시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 지사는 경북도가 최근 ‘K저출생 극복 기본구상’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저출생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장을 제일 잘 아는 지방에서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발굴하겠다”며 직접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 지사의 지시 아래 경북도는 저출생과 전쟁본부 출범부터 전략 구상 발표회까지의 과정을 2개월 안에 진행했다. 사상 유례없는 속도전은 그만큼 저출생 문제가 도의 절박한 현안이라는 상황인식이 담겨 있다.

이 지사는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수도권 병’으로 봤다. 그는 “청년이 수도권에 밀집된 상태로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집 구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지고 외곽 출퇴근 시간이 길어진다”며 “경쟁적인 교육 분위기 때문에 교육비 부담도 날로 커지고 한마디로 요즘의 청년들은 지쳐 있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출생아 23만명 중 서울·경기지역 출생아 수는 절반가량인 11만명이다. 반면 경북의 출생아 수는 1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 지사는 “한시바삐 살기 좋은 지방을 만들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위기에 놓인 나라 전체의 저출산 흐름을 바꿔 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이 주도한 정책에 국가 균형발전과 교육 개혁 등의 대전환을 통해 혁신적으로 국가 구조를 디자인해야만 저출생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결국 긴 호흡으로 청년의 고민과 불안을 해소하고 만남과 결혼, 출산, 육아가 인간의 최고 행복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나씩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전반의 배려와 공감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선 국민적인 동참이 필요한데 도가 추진하는 저출생 정책을 응원해 주고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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