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리인하 하긴 할까”…한달만에 뒤집힌 예측, 왜?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4. 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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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금리인하 지연 시사
1월·2월 물가 뜨겁게 나왔지만
일시적이냐 추세냐 판단 유보
3월도 예상 웃돌자 태도 바꿔
고용·성장 지표도 여전히 강세
금리인하 회의론 급속히 퍼져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연준 내부 점도표(향후 금리 경로)가 최근 뜨거운 물가와 강력한 경제 지표로 인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임을 밝히면서다.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는 올해 세 차례 인하 계획을 밝혔지만, 이제는 연내 한 번, 많아야 두 번이라는 관측으로 바뀌었다.

특히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이 불과 한 달 만에 뒤집혔다. 그는 지난 달 FOMC 당시 인플레이션 하강의 여정에 (일시적인) ‘요철(bump)’이 있다고 했지만, 16일(현지시간) 경제관련 포럼 연설에서는 올해 인플레이션 ‘추가 진전의 부족(lack of further progress)’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사이 인플레이션 하강에 대한 기대가 부정적으로 전환된 것이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1~2월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온 것을 두고 일시적 혹은 추세적인지 두고봐야 한다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3월 물가까지 3개월 연속 고공행진이 계속되자 고물가가 추세적이라는 생각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입을 맞춘 듯 “내 기본 전망은 기준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지속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연내 통화정책 기조의 완화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발언에서 후퇴한 것이다.

특히 제퍼슨 부의장은 연준 내부에서는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대비 2.7%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전월(2.5%)보다 높고 월가 예상(2.5%)을 웃도는 수치다.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가지표인 PCE에 대해서 연준은 이미 뜨거운 결과를 예상하고 있던 것이다. 3월 PCE는 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에버코어의 크리슈나 구하 전략가는 “파월의 이번 발언은 연준이 금리인하 시점으로 6월은 지나갔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연준도 ‘플랜B’로 올해 7월 인하를 시작해 두 차례 인하를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실망이 지속되면 금리 인하도 더 미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올해 기준금리는 9월 한 차례 인하가 가장 유력하다. 페드워치 기준 금리인하 횟수가 1회로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도이체방크 역시 올해 12월에 단 한 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회의론이 부상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뜨겁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에도 ‘나홀로 호황’이다. 실물 경제는 여전히 뜨겁고, 주식시장은 역사적 고점 수준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월(3.1%), 2월(3.2%), 3월(3.5%)로 예상치를 상회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물가 목표치 2%를 크게 초과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CPI는 시장 전망치(3.4%)는 물론이고 전달(3.2%)보다 높았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물경제는 여전히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국내총생산) 나우(now)’는 16일 올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9%로 상향조정했다.

미국 경제 호황의 이유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투자 확대가 꼽힌다. 존 윌리엄 뉴욕연은 총재는 16일 뉴욕경제클럽 패널 토론에서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약 2% 어쩌면 그 보다 높을 수도 있다”면서 “AI의 등장이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비즈니스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17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한미일 3국의 국채 10년물 금리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연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89%로 한국 국고채 10년물(2.87%), 일본 국채 10년물(0.99%)를 앞서고 있고, 2026년 2분기 기준 미국채 10년물(3.65%)이 국고채 10년물(2.48%), 일본 국채 10년물(1.25%) 보다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나라의 장기 국채 금리는 실물경제의 중장기 성장 전망이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미국 실물경제의 성장 전망을 한일 양국 보다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한미일 3국간 채권 금리차이는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 엔화값은 154엔대까지 하락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실장은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을 기록하는 등 절대적인 수준이 높아져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요인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와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었기 때문”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그간 무역흑자로 확보한 달러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통해 달러 수급 측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연준의 고금리 유지 방침이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 내년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담당 투자전략책임자인 알타프 카삼은 이날 연준이 금리를 곧 내리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내년에 폭풍우를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전적인 통화 정책 메커니즘이 무너졌거나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이타이 골드스타인 교수는 연준이 금리를 더 높게 유지할수록 가계와 기업에 더 많은 고통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금리가 높으면 소비자들은 투자와 지출보다는 저축을 택하게 되고, 결국 경기가 둔화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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