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이거 ‘팡’ 한다”…호기심이 부른 참극
[KBS 제주] [앵커]
탐사K는 제주4·3 당시 군경이 버리고 간 폭발물로 희생된 어린이들을 조명하면서, 공식적인 기록에 없는 76년 전 서귀국민학교 폭발사고를 발굴해 전해드렸는데요.
1952년, 북촌국민학교 인근에서도 폭발사고로 어린이들이 숨진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안서연, 고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4·3 당시 단일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남긴 북촌국민학교.
1949년 1월 주민 4백여 명이 군인들에게 총살당한 날로부터 3년이 흐른 어느 봄날, 폐허가 된 마을에서 순경 놀이를 하던 아이들 6명은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윤상범/북촌국민학교 인근 폭발사고 생존자 : "잔디밭에서 누워서 뒹굴면서 돌인 줄 알아서 던지려고 하는 것을 경찰관 아들이 그거를 팡한다고 해서 무서워서 잡진 못하고 빙빙 돈 거지. 잡으면 무서워서 잡진 못하고 나무 쪼가리를 하나 주워서 꿰어서 가는데. 딱 떨어지니까 피식 소리 나니깐 둘은 주저앉아서 '왜 그러지' 보고. 나도 앉으려고 하는데 순경 아들은 '상범아 뛰라 팡한다!' 그러니까 난 팡하는 소리 들으니까 그냥 달린 거야. 내려온 다음에 보니까 애가 없더라고. 그래서 난 도망가서 없는 줄 알았지 산산조각 나서 없어진 걸 몰랐다고."]
순식간에 6살, 7살 난 어린이 두 명이 숨졌습니다.
2명은 파편에 맞아 한쪽 눈이 실명되는 등 크게 다치며 마을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황요범/북촌국민학교 인근 폭발사고 희생자 故 황태석 유족 : "어머니가 그 사건 당시에 현장에 가보니까 땅이 아주 깊숙이 패이고 옆에 담벼락이 전부 다 무너지고. 상황이 아주 참 비참했다 그래요. 둘이 산화돼 버렸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거기 나뒹구는 고무신짝하고 널리 널리 찢긴 옷가지 한두 가지 해서 피 묻은 흙 같은 거 넣고 해서 (무덤을 만들었죠)."]
당시 인근 빈집에 수류탄을 둔 건 경찰로부터 훈련받던 청년단이었습니다.
[윤상범/북촌국민학교 인근 폭발사고 생존자 : "훈련받던 청년단들을 모아서 숫자를 파악하니까 (수류탄) 하나가 없어져 버려서 '이거 왜 없어졌냐' 하니까 '언제 어디서 이렇게 해서 훈련받다가 못 찾았는데 장소가 그 장소입니다' 이렇게 나온 겁니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당시 숨진 7살 어린이가 유족의 노력으로 72년 만인 올해 초 4·3희생자로 결정됐습니다.
[황요범/북촌국민학교 인근 폭발사고 희생자 故 황태석 유족 : "수류탄 애들이 만들었겠습니까? 아니면 그 부모가 만들었겠습니까? 군인이나 경찰관들이 흘린 그 수류탄에 의해서 희생이 됐는데. 이런 기회에 숨어 있고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희생자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BS 뉴스 안서연 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고성호 기자 (rumpiu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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