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잔치가 날벼락'으로 최정 홈런공 잡으려고 암표까지 돌았는데… 허탈한 사구에 갈비뼈 미세골절, 한 달 이상 결장 우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 중인 SSG와 KIA와 경기의 최대 화두는 역시 최정(37·SSG)의 KBO리그 역대 홈런 신기록 여부였다. 최정은 16일 인천 KIA전에서 3-4로 뒤진 9회 2사 후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터뜨리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건져냈다. SSG는 최정의 홈런으로 기사회생한 뒤 에레디아의 안타, 그리고 한유섬의 끝내기 홈런이 나오며 6-4로 대역전승했다.
이 홈런은 최정의 시즌 9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467번째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최정은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이승엽 두산 감독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홈런 하나만 더 치면 KBO리그 역대 홈런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최근 타격감도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 빠르면 이날 홈런 신기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많은 취재진이 몰린 것은 물론, 기대감에 팬들도 곧바로 반응했다. SSG는 이미 최정의 468번째 홈런공에 대한 대대적인 보상을 약속한 상황이었다. 보상 패키지를 시가로 따지면 약 1500만 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정 또한 17일 경기 전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훈련을 마쳤다.
실제 16일 최정이 홈런을 때리자 17일 경기는 외야부터 예매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보통 테이블석이나 응원석에 비해 외야는 선호도가 낮기 마련이라 가장 마지막까지 표가 남아있는 구역이다. 하지만 최정 홈런공에 대한 기대치가 커진 상황에서 외야가 먼저 동이 나기 시작했고, 심지어 일부 사이트에서는 암표까지 돌기 시작했다. 외야석에 암표가 나오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많은 팬들이 최정의 홈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범호 KIA 감독도 최정을 피해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재밌는 승부가 예상됐다. 공격적으로 들어가서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렇게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날 최정과 불리한 카운트에서 패스트볼로 승부하다 홈런을 맞은 마무리 정해영을 감싼 것도 같은 이유였다.
SSG는 이날 최지훈(중견수)-추신수(지명타자)-최정(3루수)-에레디아(좌익수)-한유섬(우익수)-박성한(유격수)-고명준(1루수)-이지영(포수)-김성현(2루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역시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건 최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최정은 한 번도 타격을 못 해 본 채 경기에서 빠졌다. 몸에 맞는 공 부상 때문이었다.
SSG는 1회부터 고전했다. 선발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흔들렸다. 선두 박찬호에게 빗맞은 중전 안타를 맞았고, 김도영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이우성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뺏겼다. 이어진 무사 2,3루에서는 최형우의 중전 안타 때 1점을 더 잃었다. 2루 주자 이우성을 홈에서 잡아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엘리아스가 후속 상황을 잘 정리하며 1회를 2실점으로 정리했고, 모두가 기다린 최정의 타석이 1회 다가왔다. 최지훈이 1루수 직선타, 추신수가 삼진으로 물러난 가운데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정이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에서 큰 박수가 터졌다. SSG 팬뿐만 아니라 KIA 팬들도 최정의 역대 신기록이 언제쯤 작성될지 조마조마하며 바라보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좌절로 바뀌었다. 크로우의 초구 체인지업을 지켜본 최정은 2구째 타격 자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크로우의 시속 150㎞짜리 투심패스트볼이 손에서 빠졌고, 이게 최정의 왼쪽 옆구리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워낙 빠른 공이고 깊은 코스라 피할 새도 없었다. 공은 최정의 갈비뼈를 직격했다. 홈런 기록 대신 개인 통산 330번째 몸에 맞는 공이 올라갔다.
이미 KBO리그 역대 최다 몸에 맞는 공 기록을 가진 최정이다. 웬만한 고통에는 그냥 참고 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쉽게 몸을 가누지 못했다. 갈비뼈는 상대적으로 약한 부위인데, 여기에 150㎞짜리 공이 오다보니 교통사고를 당한 듯한 충격이 있었을 것이다. 최정은 일단 1루까지 걸어나가기는 했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호흡을 하는 데도 지장이 있는 듯했다.
결국 SSG 벤치는 최정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웬만하면 경기 출전을 하는 최정이지만 이번에는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여겼던 것 같다. 결국 최정은 대주자 박지환으로 교체돼 허무하게 경기를 마쳤다. SSG는 박지환이 2루로 들어가고 선발 2루수로 출전했던 김성현이 3루로 옮겨 최정의 빈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우려까지 메우지는 못했다. 관중석이 웅성거렸다. 단지 이날 최정의 홈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아니라,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더 강했다.
큰 충격을 받은 최정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SSG 구단은 "최정 선수는 진료 결과 좌측 갈비뼈 미세골절 소견을 받았다"면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내일 추가 진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정은 X-레이와 CT 촬영 모두 진행했는데, 미세골절이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
정확한 결장 기간은 18일 추가 검진에서 정확하게 나올 전망이다. 다만 뼈가 붙을 때까지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뼈가 붙을 때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경우 5월 내 복귀도 장담할 수 없다. 일단 18일 추가 검진에서 상태가 그나마 덜 심각하길 바라야 한다.
사실 홈런 신기록이야 시점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나올 기록이다. 그게 오늘인지, 내일인지, 혹은 며칠 뒤인지의 문제일 뿐이다. 시간 제한이 있는 기록도 아니고, 쫓아오는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최정이 추신수처럼 은퇴 시즌을 보내는 선수도 아니다. 차라리 홈런이 늦게 나오더라도 최정이 건강해야 했는데 당분간 결장할 예정이라 SSG 타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정이나 팬들만큼 충격을 받은 선수는 또 있었다. 공을 던진 윌 크로우였다. 전반적인 양상을 고려했을 때 고의는 없어 보였다. 크로우는 최정이 1루로 걸어나가는 동안 계속 모자를 벗고 최정이 자신을 바라봐주길 기다렸다. 최정이 경황이 없어 크로우와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지만, 크로우는 계속 기다렸다. 결국 최정이 교체되는 시점에 양쪽이 서로 의사를 교환했다. 크로우는 미안하다고 했고, 최정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가볍게 내보인 뒤 경기장을 떠났다.
크로우는 1회가 끝난 이후에도 3루로 들어가기 전 1루 측의 SSG 더그아웃을 향해 ‘내 잘못이다’는 메시지를 바디랭기지로 표현했다. 크로우 또한 최정이 얼마나 중요한 기록을 앞두고 있고, 이 경기에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인해 최정이 경기를 떠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강했을 것이다. 다만 경기는 계속 진행되어야 했고, 크로우는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등 이날 팀의 리드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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