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내부선 “박영선·양정철 유력 검토 맞다”···비선 개입 의혹
여야 모두 부정적…“끔찍한 혼종”
‘여론 떠보기 행태’에 비판 나와
여당의 4·10 총선 참패 이후 인적 쇄신을 고심해오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총리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발 보도가 17일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했다. 대통령실 내 인사 관련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여론을 떠보려는 아니면 말고식 ‘간보기’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황당한 소리”라고 말했다.
앞서 TV조선과 YTN은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를 소스로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던 박 전 장관을, 비서실장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양 전 원장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YTN은 신설될 정무특임장관에는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유력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박영선·양정철·김종민 카드’를 두고 출렁거렸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세 사람에 대해 “저는 무난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보수 진영에 있던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셔왔지 않은가”라며 김대중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전 실장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의 대체적인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현실화한다면 지지층 사이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동 강원 강릉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야당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인은 SBS 라디오에서 “박근혜 정부 탄핵 직전에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내셨던 김병준씨를 총리로 지명했다”며 “그러나 국회 동의도 얻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SNS에서 “임기 초 MB(이명박 전 대통령) 계열 뉴라이트만 쓰면서 ‘MB 아바타’ 소리 듣더니 이제는 ‘문재인 아바타’”라며 “끔찍한 혼종”이라고 비판했다.
전 정부 인사들인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은 통합형 인사를 해야 하지만 인물난을 겪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팎에서 협치와 통합을 주문하지만 마땅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인사 난맥상, 특히 비선 라인의 인사 개입 정황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당장 대통령실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박영선, 양정철을 비롯해 김종민 특임장관까지 모두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공식 라인도 모르게 비선 라인이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려 여론을 떠보려는 간보기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사람들은 기사가 나도 입을 다문다. 그런데 여론이 안 좋다. 대통령실이 뜻을 접는다”면서 “그 자리가 싫은 사람은 펄쩍 뛴다. 그러면 대통령실은 오보라고 발을 뺀다. 전형적인 ‘발롱 데세(테스트 풍선)’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도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박영선 총리설 등에 대해 “찔러보기, 띄워보기이자 간보기”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파괴공작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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