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파월 ‘금리인하 지연’ 시사하자 코스피 출렁

김수미 2024. 4. 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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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커지는 금융시장
파월 “2% 물가, 추가적 진전 부족”
시장선 ‘올 1차례 인하’ 전망 34%
美 국채 수익률 장중 5%로 치솟아
코스피도 두달 만에 2600선 붕괴
한은도 4분기에나 금리 인하 관측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정책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또다시 출렁였다.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5.01%까지 올랐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져 코스피 2600선이 무너졌다. 중동 리스크로 유가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4분기에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포럼에서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최근 지표는 견조한 성장과 지속해서 강한 노동시장을 보여 준다”며 “동시에 현재까지 2% (상승)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적인 진전의 부족(lack of further progress)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수준의 긴축을 필요한 기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상당한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1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선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가 올해 단 1차례에 그칠 확률이 가장 높은 34.2%로 나타났다. 연내 인하가 아예 이뤄지지 않을 확률은 1주 전(2.1%)보다 6배 넘게 치솟은 13.0%로 반영했다. 2차례 인하 확률은 33.7%로, 3차례일 확률은 15.5%로 각각 평가했다. 불과 일주일 새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뚜렷하게 지연된 셈이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현재 금리(연 5.25∼5.50%)를 유지할 가능성은 58.5%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 발언으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5%를 돌파하고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며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때 154.79엔까지 올랐다.

코스피도 이날 외국인·기관 매도세 확대로 2600선이 무너졌다. 전일 대비 25.45포인트, 0.98% 떨어진 2584.18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6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2월6일(2576.2)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외국인이 1834억원, 기관이 2012억원을 각각 순매도했고, 개인은 3609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날 140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구두 개입과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전일보다 7.7원 내린 1386.8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 경기 호조로 당분간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미국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인하 신호를 아직 보내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근원물가는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끈적끈적(sticky)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우리(한은)가 예상한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인데, 유가 등이 안정돼 경로가 유지되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로보다 높아지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배럴당 90달러선까지 오른 국제 유가가 중동 사태로 100달러를 넘어선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를 웃돌 가능성이 커진다. 몇몇 해외기관은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돼 국제 원유의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120∼130달러대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2.1%)이나 소비자물가 상승률(하반기 2.3%) 전망치는 유가 80달러대 초·중반을 전제로 도출된 것이다. 이 총재는 유가가 90∼100달러에 오래 머물면 물가 전망치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유가가 80달러 초·중반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한은과 정부는 올해 물가 전망치를 올리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폭 내릴 수밖에 없다.
중동 사태 장기화는 유가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결국 이 경로를 통해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후 안전자산인 미 달러를 둘러싼 ‘패닉 바잉’(공황 매수) 현상이 나타나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1400원을 돌파한 바 있다. 원화 대비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를 올려 국내 물가를 자극한다. 결국 현재의 유가와 물가,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모두 당분간 한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하는 요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움직임을 ‘오버슈팅’이라고 판단하고 우리 내수경기 사정을 보면 8월 인하가 적절하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한은의 입장에선 연준이 9월 인하를 택할 경우 기준금리는 10월에 내리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은 경제 상황이 좋은 만큼 7월에나 첫 번째 인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정도 낮추고, 한은은 4분기 한 차례만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수미·이도형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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