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식비부터 졸라맸다
전체 식비 비중만 23.2%
지난해 일반 가구는 소득보다 소비가 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탓에 식비 등이 증가한 탓이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빚이 있는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는 7% 정도 줄었지만, 고금리 탓에 월 이자 상황액은 오히려 불어났다.
신한은행은 1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금융생활 실태 조사는 전국 만 20~64세 경제활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전년 대비 4.4%(23만원) 상승한 544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소비 지출은 5.7%(15만원) 늘며 소득보다 소비 증가율이 더 컸다.
소비 항목별 월평균 소비액 비중을 보면 기본 생활비인 식비와 교통·통신비, 월세·관리비·공과금 지출이 전체 소비의 과반(50.4%)을 차지했다. 지난해 전체 소비 276만원 중 식비 비중은 23.2%(64만원), 교통·통신비는 14.5%(40만원), 월세·관리비·공과금은 12.7%(35만원)이었다.
보고서는 "소비액 비중이 가장 큰 식비는 꾸준히 증가했는데, 2023년에 2022년보다 6만원 늘며 60만원을 넘어섰다"며 "월세·관리비·공과금은 4만원 늘어 35만원을 지출했는데, 전기·가스요금이 급격히 오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13만~14만원을 유지하던 용돈은 3만원 늘어 17만원을 지출했는데 이 역시 고물가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 값 지출이 늘어난 '런치플레이션'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2500명) 중 68.6%는 올해 점심 값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거나 약속이 없는 날은 구내식당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직장인의 낙이라는 점심에서 가성비를 찾거나 후식을 포기하며 남녀 모두 점심 값을 기존 1만원에서 4000원 줄이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점심 값 절약 그룹의 68.3%는 현재 평균 점심값(6000원)이 여전히 비싸다고 인식했다. 22.6%는 점심 값을 5000원까지 더 줄이겠다고 답했다.
늘어난 식비 등에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직장인 2500명 가운데 16.9%는 2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진 'N잡러'였다. 부업을 하는 이유는 생활비, 노후 대비 등 경제적인 이유(61.9%)가 가장 컸다. 부업의 종류는 20대와 40대의 경우 서비스직(식당·카페·편의점 등)이 가장 흔했다. 30대는 크리에이터·블로그·유튜버 직종이 1위를 차지했다. 50·60대에선 과외·강사로 활동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한편 이번에 조사한 1만가구의 평균 보유자산은 6억294만원으로 조사됐다. 2022년보다 4.8%(2788만원) 늘어 6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소득 계층별 자산 증가 규모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소득 5구간(상위 20%) 고소득 계층의 자산은 평균 11억6699만원으로 1년 사이 4564만원 늘었지만, 같은 기간 1구간(하위 20%·1억6130만원)과 2구간(하위 20∼40%·3억3391만원)의 자산 증가 폭은 각 1291만원, 1582만원에 불과했다.
가구 자산 가운데 종류별 비중은 부동산이 79.7%로 가장 크고, 금융자산과 기타자산은 각 13.6%, 6.7%를 차지했다. 2022년과 비교해 부동산 비중(80.2→79.7%)은 소폭 줄어든 대신 금융자산(13.5→13.6%)이 늘었다. 부동산만 따로 들여다보면, 가구의 부동산 자산은 평균 4억8천35만원으로 전년보다 4.2%(1926만원) 불었다.
부채를 가진 가구의 평균 부채 잔액은 1억201만원으로 1년 새 7% 줄었다. 하지만 월 부채 상환액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평균 85만원에서 93만원으로 8만원 늘었다.
'향후 1년(2024년)의 가계 생활 형편 전망'을 묻자 47.2%는 "2023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30.2%는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 비율은 22.6%에 불과했다.
신한은행의 2024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신한은행 홈페이지와 신한 SOL뱅크 '새소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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