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쑤신 '박영선 총리설'… 野 "파괴공작" 與 "정체성 훼손"
대통령실 일각 "野인사 검토"
당사자들 "금시초문" 선긋기
용산, 비판 커지자 공식 부인
메시지 혼선·관리부실 지적
인물난 속 여론 떠보기 반복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 검토하고 있는 인적 쇄신 작업이 난항에 부딪혔다.
17일 윤 대통령이 야권 출신 인사를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등에 발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내부에서 흘러나오며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으나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적임자를 찾지 못한 대통령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인사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비서실장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를 국회와 소통하는 임무를 담당할 정무·특임장관에 임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몇 시간 뒤 대변인실 명의로 공지를 내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의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긴급히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이 공식 채널을 통해 부인했지만 내부적으로 야당과 협치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 기용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소야대' 국면에선 국회와의 관계가 중요하기에 이를 담당하는 정무장관 혹은 특임장관을 부활시키는 것도 검토사항 중에 포함됐다고 한다.
정부가 야당 인사를 등용하는 것은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활용되던 방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첫 비서실장으로 보수 정당 출신인 김중권 전 의원을 임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권 말기에 참여정부 출신인 김병준 당시 국민대 교수를 총리에 내정하기도 했다.
이날 거론된 인사들은 일제히 선을 그었다. 양 전 원장은 주변에 "뭘 더 할 생각은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공동대표 역시 "금시초문"이라고 반응했다. 박 전 장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버드대에서 선임연구원 생활을 마쳤으며 곧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박 전 장관 측근들은 해당 보도에 대해 "소설에 가깝다"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비판이 제기됐다.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은 유튜브 방송에서 "야당 파괴 공작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민주당 당선인도 SBS 라디오에서 "박근혜 정부 탄핵 직전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씨를 총리로 지명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CBS 라디오에서 "(양 전 원장이)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을 만들 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그러니까 그런 인연을 가지고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현안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선 안 된다"며 "협치란 자신의 정체성과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대와 타협하는 것이지, 자신을 부정하면서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다"고 썼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다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수 진영에 있던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셔왔지 않냐. 무난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인사와 관련해 여러 소문이 여과 없이 흘러나오자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권성동 의원은 "오늘과 같은 해프닝은 메시지 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상당히 아쉽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여권발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다시 비서실장 제의를 받고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장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완전히 오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장 의원은 앞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함께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거명된 바 있다. 대통령실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다른 인사도 저울질했으나 원 전 장관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균 기자 / 우제윤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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