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 SK렌터카 한달 전부터 들여다봤다는데... “8500억? 너무 질렀다”

노자운 기자 2024. 4. 1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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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렌터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전격 선정됐다. 국내외 운용사 세 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본입찰도 없이 어피니티가 낙점되는 바람에 시장에서는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어피니티는 이미 한 달 전부터 SK렌터카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를 팔기 위해 물밑에서 조용히 수요 조사를 하던 시기다. 시장에서는 어피니티가 적어낸 8500억원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고 보는데, SK렌터카를 인수하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에 SK네트웍스가 원하는 조건을 무리해서 맞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렌터카 인증 중고차 센터. /SK렌터카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최근 진행된 SK렌터카 예비입찰에 뛰어들어 우협으로 선정됐다. 국내 PE인 IMM프라이빗에쿼티,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는 어피니티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어피니티는 매각 주관사 UBS가 수요 조사를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한다. 인수금융을 제공해 줄 만한 일부 금융기관들에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두 경쟁사는 인수 의지가 어피니티에 비해 강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제안한 8500억원이 과하게 높다고 본다. SK네트웍스의 기대치를 뛰어넘을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SK네트웍스는 옛 AJ렌터카(SK렌터카의 전신)를 인수하는데 3000억원을 들인 뒤 지분 추가 취득, 유상증자와 공개매수를 거쳐 지분 100%를 확보하기까지 약 2200억원을 더 지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 5200억원을 들여 SK렌터카를 산 것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비용 등을 고려해 6000억원을 매각가 하한선이라고 봐왔다. 어피니티가 제시한 8500억원은 그보다 42% 높은 가격이다.

렌터카 시장 1위 업체 롯데렌탈과 비교해 봐도 8500억원은 지나치게 높다. 단순히 주가수익비율(PER)만 놓고 비교해 봐도 차이가 크다. 롯데렌탈의 현재 시가총액이 969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PER은 8.4배에 그치는데, 이 배수를 SK렌터카에 그대로 적용하면 2043억원밖에 안 나온다.

더 객관적으로 비교하려면 보유 자산, 즉 렌터카 규모를 봐야 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렌터카 업체의 매출액에는 렌탈료도 포함되지만, 일정 기간 영업한 차량을 팔아서 버는 중고차 판매 수익의 비중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3년 간의 렌탈료가 차량 가격(원금)이라면 판매 수익은 모두 이익으로 잡히는 셈이다.

지난해 롯데렌탈의 연결 매출액은 2조7500억원이었으며, 그중 7501억원이 중고차 판매 수익이었다. 같은 기간 SK렌터카의 연결 매출액과 중고차 판매 수익은 각각 1조4028억원, 3843억원이었다. 롯데렌탈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SK렌터카의 몸값은 롯데렌탈 시총의 절반인 4800억원이 적정하다고 볼 수 있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어피니티가 락앤락 등 상황이 어려운 포트폴리오가 많은 데다 시니어들은 물론 주니어들까지 대거 퇴사했음에도 이렇게 과감한 베팅을 한 걸 보고 놀랐다”며 “일단 경쟁 때문에 높은 가격을 불렀지만, 이제 우협으로 선정됐으니 몸값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렌터카가 대기업 SK의 후광을 잃고도 지금의 신용등급과 대출 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현재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은 A+인데, 나이스신용평가는 ‘SK’라는 타이틀을 뗄 경우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줄 가능성을 고려해 자체 신용도보다 한 노치(notch)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업체는 대부분 차입을 해서 완성차를 대량으로 구매해 오는데, 어피니티의 손에 넘어가도 과연 지금처럼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SK렌터카는 지난해부터 연 4%대 금리에 54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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