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 양자 기술 사업, 반 년째 ‘표류’

이병철 기자 2024. 4. 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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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 '양자과학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이 양자기술을 전략기술로 삼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양자기술은 아직 경제적으로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 연구자들 사이에도 전망이 엇갈린다"며 "경제적 관점으로 봤을 때 경제성을 따지기 어려워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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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나온다던 예타 조사 결과, 올해 1분기에서 또 미뤄져
‘기술 개발 방식’ 두고 의견 엇갈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3' 전시관을 찾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50큐비트 양자 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약 1조원을 투자하는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올해 1분기 발표 예정이었으나 기술 개발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이르면 내달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대통령실

정부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 ‘양자과학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당초 작년 말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올해 1분기로 한 차례 미뤄진 데 이어 이번에 재차 연기된 것이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예타 결과가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된다. 이 사업은 정부가 9960억원을 투자해 선도국 수준의 양자기술을 확보하고 산업화 역량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기술 개발 방식에 대해 기획자와 조사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결론이 늦어지고 있다”며 “가급적이면 5월 이내로 결론을 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양자컴퓨터·양자통신·양자센서 분야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R&D 사업이다. 2025년부터 2032년까지 8년간 9960억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지난 202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과학계는 국내 양자기술 수준이 선도국인 미국, 중국, 유럽에 비해 뒤쳐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낙후된 분야의 기술력을 끌어 올릴 기회가 될 것으로 과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좀처럼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예타 결과는 지난해 말 나와야 했는데 세부 내용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번 사업의 검토가 늦어지는 이유는 어떤 양자 플랫폼에 투자할지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양자기술은 컴퓨터의 연산 단위에 해당하는 ‘큐비트(Qubit ·양자비트)’를 만드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기반 기술)로 나뉜다. 구글과 IBM이 집중하는 초전도 방식이 대표적이며, 중성자·광자·이온트랩·고체점결함·반도체양자점 같은 다양한 방식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관계자는 “최근 검토 위원들에게 의견서를 다시 제출 받을 정도로 어떤 플랫폼에 집중할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초전도와 중성원자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한 플랫폼을 아직 확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각 플랫폼 연구자들 사이의 주도권 경쟁도 사업 지연에 영향을 주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이권을 둘러싼 다툼도 치열한 것이다.

한 KAIST 교수는 “초전도체에 투자하는 대기업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극저온 조건과 대규모 공간이 필요한 방식이라 상용화 경쟁에서는 밀릴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초전도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은 단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세계 각국이 양자기술을 전략기술로 삼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약 17조원, 미국은 약 3조5000억원 규모의 양자기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초기 계획과 달리 이번 사업의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양자기술은 아직 경제적으로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 연구자들 사이에도 전망이 엇갈린다”며 “경제적 관점으로 봤을 때 경제성을 따지기 어려워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과학기술, 경제, 정책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합리적인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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