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나오면 당선?…與, ‘당심 100%’ 룰 손댈까
차기 대표 조사서 ‘당심’ 1위 한동훈‧전체 1위 유승민
룰 유지 시 한동훈 당선 유력…등판 가능성 솔솔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참패 약 일주일 만에 지도부 공백을 메울 '실무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늦어도 7월 내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새 당 대표를 선출한 방침이다. 당장 지난해 전당대회부터 적용된 '당원 100%' 경선 룰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당은 '실무형 비대위'를 꾸리고 전대 준비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 전날 국민의힘 당선인 총회에서 당장 '혁신형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당은 더 이상의 비대위 체제는 안 된다는 기조 아래 '빠른 전대 개최'에 방점을 찍었다.
차기 당 대표 후보로는 '수도권 중진' 인사들이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총선에서 외면을 받은 중도층을 끌어안고, '영남당'의 이미지를 탈피해 전국적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서울 동작을‧경기 분당갑에서 각각 생환한 나경원 전 의원‧안철수 의원이 오르내리고 있다.
韓, 당원 지지 힘입어 조기 등판 가능성
하지만 여권 안팎에선 총선 참패 직후 사퇴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등 일부 여권 인사들이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을 꺼내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지지층 내에선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동정론'과 함께 재등판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이 차기 당 대표 선호도에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사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조사도 발표됐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을 누가 이끌어가는 것이 좋다고 보는지' 물어본 결과(16일 발표), '당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힘 지지층 44.7%가 한 전 위원장을 꼽았다. 2위인 나경원 전 의원 (18.9%)과 3위 안철수 의원(9.4%)을 크게 앞선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원 100% 투표'로 결정된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약 석 달 앞두고 '정진석 비대위'에서 기존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에서 바꾼 것이다. 유승민‧나경원‧안철수 등 비윤(非윤석열)을 누르고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앞세운 후보들을 밀어주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현행 룰대로 차기 당 대표가 '당심'으로 선출될 경우, 한 전 위원장이 등판하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그의 등판에 대한 당내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지지층의 요구가 계속될 경우 그의 복귀가 당겨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그가 용산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권에 곧장 도전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직을 내려놓으면서도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지지자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 그를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국회로 보내기도 했다.
거센 룰 변경 요구…민심 1위는 유승민?
다만 당내에선 '당원 100%' 룰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당원 비중에서 영남 지역 거주자 비중이 높은 만큼, 이 룰대로 당 대표를 뽑을 경우 또 다시 수도권 민심과 괴리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어야 한다. 심지어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뽑히신 과거 전당대회 땐 민심 50% 당심 50%였다"며 "(경선 룰은) 꼭 바꾸는 게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도봉갑 김재섭 당선인도 지난 15일 같은 방송에서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최소 5(당원)대 5(일반)는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당대회가 6말7초 중 치러질 가능성이 큰 만큼, 경선 룰을 바꿀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수도권 한 당선인은 이날 취재진에 "전대를 서두르는 분위기에서 혹 '시간 없으니 기존 룰대로 진행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닐지 걱정스럽다"며 "지난번에 룰 변경으로 거센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만큼 이번에 빠르게 룰부터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원 외의 민심을 반영하는 룰로 변경할 경우 당 대표 경쟁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닌 '전체 응답자'에게 물어본 결과, 대표적인 '반윤'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이 26.3%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한 전 위원장은 20.3%로 2위였으며 안철수 의원(11.6%), 나경원 전 의원(11.1%) 순이었다. 유 전 의원의 당 대표 도전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비윤들이 맥을 못 추리던 지난해와 달리 차기 전당대회에선 '윤심'의 힘이 발휘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크다.
패배의 분위기에서 서둘러 벗어나야 하는 국민의힘 앞에 당장 당심도 민심도 포괄할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가 또 하나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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