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도 받고파” 황석영 작가… “올해 英부커상부터 내가 받아야겠다”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4. 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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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철도원 삼대’로 최종후보
“北 다녀왔더니 인생 다 지나가
90세까지는 너끈히 쓸 수 있어
원로작가가 문학 집필의 달인?
그게 아니라 위기에 봉착한 것”
‘철도원 삼대’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기념으로 17일 서교동 창비 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난 황석영 작가. [창비]
“이번엔 제가 받아야겠습니다. 그 다음 상도요.”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로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황석영 작가(81)는 “이번에는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진짜 받으려나”라며 웃었다.

황 작가는 17일 서울 서교동 창비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망명과 투옥 이후 1998년부터 20년 넘게 활동했고, 32개국에 98편 정도의 제 책이 나왔다. 또 그 사이 10여 차례 국제문학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면서 “주변에서 ‘왜 욕망을 꺼리냐’고 해서 ‘이번엔 내가 받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려고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그 다음 상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 다음 상’은 노벨문학상을 뜻한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로 오른 ‘철도원 삼대’는 4대에 걸친 이씨 일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100년 남짓의 서사로 채워진 소설이다. 증조부, 조부, 부친이 모두 철도산업에 종사했던 집안이다.

영등포공작창이 배경인 이 작품은 한국 근대 산업노동자를 조명한다. 농민운동에 관한 소설은 다수였지만 근대 산업노동자가 전면에 등장한 소설은 사실상 맥이 이어지지 못했다.

황 작가는 이날 “훗날 나는, 근대의 극복과 수용을 위해 썼던 작가로 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의 근대는 왜곡된 근대다. 우리가 포스트 모던으로 진입한 것 같지만 근대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일본이 근대를 넘어섰다고 하지만 ‘너희 천황(일왕)은 어디 있는가’를 물으면 일본의 근대 극복설은 무너진다. 중국은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알 수 없는 국가로, 근대 사회실험을 지금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한국 역시 근대적 민족국가 해결을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전체가 근대 극복을 못하는 것”이라며 “나는 결국 근대 극복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로 선정된 ‘철도원 삼대’. [창비]
3년 전인 78세에 ‘철도원 삼대’를 출간한 황 작가는 “90세까지는 쓸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오에 겐자부로, 필립로스, 마르케스가 내 나이인 81세에 절필 선언을 했던 작가들인데, 마르케스는 절필 선언하고 치매가 왔고, 오에 선생은 10여년 전 방한해 만났을 때 아내와 함께 암에 걸린 상태였다”며 “토마스 만이 ‘마의 산’을 76세에 썼는데 나는 ‘철도원 삼대’를 78세에 썼다. 수명이 늘어서 (국제문학상을 수상할) ‘타이밍’이 늘었으니 더 써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황 작가는 “전북 익산 미륵사 아래에 거주하시는 한 여성 도사님이 ‘21세기에 걸작을 세 편 쓰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고 웃으며 말하고는 “이번에 ‘걸작’인 ‘철도원 삼대’를 썼으니 두 편이 남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는 “북한에 다녀왔더니 인생이 다 지나갔다. 중간에 망명하는 등 10년 허송세월 보내서 더 그런 것 같다. 근데 그 ‘10년’은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10년은 더 활동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7일 ‘철도원 삼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황석영 작가. [창비]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늙지 않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힘주어 밝혔다.

황 작가는 “세인들이 원로작가를 생각할 때는, 완성이 됐거나 어느 경지에 오른 집필의 달인, 그로 인한 ‘문학의 달인’을 상상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원로작가라고 함은 ‘매너리즘에 봉착한 위기의 예술가’라고 본다”고 일갈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란 무엇이냐. 백척 길이의 장대 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감을 말한다”며 “모든 예술가는 나이가 들었든 안 들었든 똑같은 상황이다. 작가는 누구나 위기의 시간을 겪는 것이며, 작가들은 위기 속에 자신이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언했다.

특히 노벨문학상에 관해서는 “원로작가는 뭘 써보고 싶다고 했다가 졸작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더 근사하게 뭔가를 뽑아내려는 프로의식,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 부여, 자부심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 작가는 익산에서 군산으로 이사를 계획중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에 관해 “수백 억원을 들여 문학관을 짓는 모 작가들 같은 그런 짓을 나는 안 할 것”이라며 “자그마한 건물이나 리모델링해서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인세를 받아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쓰고 싶다. 나는 군산에서 인생을 끝마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수상 결과는 5월 21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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