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들 펫보험 두고 눈치게임 시작?
진료부 발급 의무화 등 제도 기반 없어 상품 차별성은 아직
수의사법 개정안 통과도 난항…22대 국회서도 불투명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오는 5월 펫보험 비교 플랫폼 시행을 앞두고 시장 활성화 기대가 커지면서 손보사들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나 여소야대 총선 결과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펫보험 활성화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진료비 표준화 등 관련 제도 개선이 핵심으로 꼽혔던 만큼 활성화가 지체될수록 손보사들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 들어올 때 노저어야 하는데…제도 개선 언제 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15일 한국동물병원협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서울시수의사회와도 MOU를 맺었다. 보험금 청구 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적 약점을 보완하고 업계 1위를 굳히기 위해 수의업계와 잇따라 손을 잡은 것이다.
다른 보험사들도 새 상품을 출시하고 보장을 강화하는 등 펫보험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지난 2일 다이렉트 전용 상품인 '착한펫보험'을 새롭게 출시했다.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기존의 펫보험 상품 보장을 강화한 바 있다.
보험사들이 펫보험에 주목하는 것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펫보험 계약 건수 합계는 10만9088건으로 전년(7만1896건)과 비교해 52% 증가했다. 새로 계약한 건수도 5만8456건으로 전년(3만5140건)보다 66%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반려동물 개체수(2022년 추정 799만 마리)를 고려하면 반려동물의 펫보험 가입률은 1.4%에 불과하는 만큼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보험비교 플랫폼도 손보사들의 상품 강화 움직임을 촉진하고 있다. 최근 손보사와 핀테크사는 보험비교플랫폼 내 펫보험 탑재를 위한 운영방향과 요율 협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5월 중으로 펫보험 비교플랫폼 서비스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서 펫보험 활성화 분위기가 일자 보험사들도 경쟁력 확보에 나섰지만, 소비자 체감 효과는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 보험료에 비해 보장 범위는 크게 확대되지 않아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일례로 삼성화재는 '착한펫보험'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월 최저 보험료 1만원대 이하의 실속형 플랜을 탑재했지만, 수술 당일 의료비만을 보장하고 있다. 다른 보장을 받기 위한 기본·고급 플랜을 택하면 통상 업계 보험료와 큰 차이가 없다. 다른 보험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해외 주요국들의 펫보험과 비교해 봐도 매력이 떨어진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펫보험료는 적게는 월 4만~5만원 많게는 8만~9만원이다. 펫보험이 발달한 스웨덴의 경우 통상 펫보험료가 3만원대로 더 저렴한 데 비해 보다 폭넓은 보장이 이뤄진다.

제도 개선 하려면 당국 나서야…여소야대 국회서 속도 날까 고심
업계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싶지만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의료수과 표준화와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등 관련 제도가 선행되지 않으면 적절한 보험료와 손해율을 산정하고 보장 다양성 등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정책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농식품부와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7월부턴 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제도 정비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수의사법 개정 등 입법 정책이 상당수라 여소야대 정국에서 추진 동력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간에도 펫보험 활성화는 국회에서 후순위로 밀려 왔다. 현재 동물 진료부 발급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 7건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들 개정안은 소비자가 동물병원에 요청 시 진료내역과 진료비 증빙서류 등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펫보험 청구를 위해선 진료기록이 필요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거절당하거나 비싼 가격을 내고 서류를 발급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해당 서류 발급이 의무화 되면 보험금 청구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펫보험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한 핵심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수의업계와 관련 부처 등의 협의도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차기 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농업 관련 민생 법안도 산적하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여소야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보험비교플랫폼으로 분위기를 타던 업계도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로 하나손해보험이 지난해부터 펫보험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한 중위권 손보사는 관련 판매를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진료기록 의무화 등 제도 문제로 상품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건 예전부터 언급된 문제"라며 "일단 현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로 점유율을 확보하면 제도가 뒷받침 됐을 때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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