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호암상 받은 다윈 교수 “결핵 완전히 통제하는 세상 꿈꿔요”

이종현 기자 2024. 4. 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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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란 다윈 美 뉴욕대 교수
2024 화학·생명과학부문 과학상 수상
한인 이민자에서 세계적 미생물학자로 성장
결핵, 인체 감염 경로 밝혀내…“내 관심사는 오로지 결핵”
“한국은 뛰어난 두뇌의 금광 같아…과학자의 길로 이끌고 싶어”

결핵은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다. 결핵이라는 단어는 한국의 가난한 시절을 함축하는 사회적인 용어로 쓰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도 젊고 가난한 시절 결핵에 걸린 경험을 회상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핵은 과거 가난한 시절의 병으로만 기억되지는 않는다. 지난 2021년 전 세계 결핵 감염자는 1060만 명에 이른다. 결핵에 걸려 숨진 사람만 한 해 160만명에 이른다. 모두 2020년보다 늘었다.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44명이었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8명이었다. 전 세계 215개국 가운데 한국의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모두 중간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만 대상을 좁혀서 보면 한국은 발생률 1위, 사망률 3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한인 2세이자 세계적인 미생물학자로 주목받는 혜란 다윈(Heran Darwin) 뉴욕대 교수는 결핵 정복을 위해 앞장서는 과학자다. 다윈 교수는 최근 2024 삼성호암상 화학·생명과학부문 과학상을 받았다. 다윈 교수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수상 사실을 듣고 너무 떨려서 눈물까지 났다”고 말했다.

다윈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에 대해) 이렇게 큰 인정을 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다른 한국인들, 특히 여성이 과학과 예술, 사회봉사 같이 자신이 꿈꾸는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윈 교수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미국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의 공헌을 조명하고, 더 많은 사람이 과학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혜란 다윈 뉴욕대 교수는 2024 삼성호암상 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큰 인정을 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다른 한국인들, 특히 여성이 과학과 예술, 사회봉사 같이 자신이 꿈꾸는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혜란 다윈 교수

다윈 교수는 결핵의 발생과 인체 감염 경로를 밝히는 데 평생을 바쳤다. 다윈 교수는 인간을 포함한 일반 생물이 가지고 있는 단백질 분해 시스템인 프로테아좀(proteasome)이 결핵균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또 프로테아좀이 결핵균의 발생과 생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찾아냈다. 올해 삼성호암상을 받은 것도 이 연구를 통해 결핵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한 덕분이다.

다윈 교수는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보다는 효과적인 치료제를 찾는 게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다윈 교수는 “매년 수백만 명이 결핵에 감염되고 수십 년이 지났는데 치료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백신 개발이 어렵다는 강력한 증거”라며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결핵균을 보유할 수 있다면 왜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 없는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신 다윈 교수는 “결핵을 치료할 신약을 가까운 미래에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몇 가지 새로운 약물이 도입돼 효과가 있었고, 의사들이 다양한 약물을 조합해 결핵 환자의 긴 항생제 치료를 단축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윈 교수는 많은 환자가 6~12개월 동안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데 실패하고 약물에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가 출현하는 것이 결핵 치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은 결핵과 관련해서 해야 할 일과 연구가 너무나 많다”며 “다른 전염병 연구에 관심을 둘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의사가 되길 바란 어머니, 연구자의 길을 택한 다윈 교수

다윈 교수는 1969년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평범한 10대 소녀였다고 설명했다. 몇몇 과목에서는 우등생 명단에 올랐고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그렇다고 항상 최고의 성적을 내는 건 아니었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고급 과학이었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다윈 교수는 “부모님은 흔히 이야기하는 ‘호랑이’ 같은 부모는 아니었지만 성공의 열쇠로 교육을 강조하고, 훌륭한 공립학교가 있는 동네에서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릴 때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비벌리힐스로 이사했는데 집이 가난한 건 아니었지만, 저택에 살면서 자동차를 소유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건 힘든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어머니는 다윈 교수가 의사가 되길 바랬다. 하지만 다윈 교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를 택했고, 미생물학과 분자유전학을 배웠다. 다윈 교수는 박사까지 UCLA에서 마친 뒤 코넬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내고 2004년부터 뉴욕대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의대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어머니가 실망하실까 봐 걱정했지만, 연구에 대한 내 관심을 100% 지지해줬다”며 “어머니의 지지와 같은 과학자인 남편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윈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다고 이야기했다. 일곱 살 때인 1976년과 과학자로 자리 잡은 뒤인 2011년이었다. 35년이라는 긴 시간 차이는 마치 구한말과 새로운 한국처럼이나 다르게 느껴졌다고 다윈 교수는 이야기했다. 최근의 방문인 2011년에는 노정혜 서울대 교수의 초청으로 서울과 광주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강연을 하기 위해 찾았다고 했다.

다윈 교수는 한국 과학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윈 교수는 “한국이나 아시아는 잘 훈련되고 뛰어난 두뇌를 가진 금광과도 같다”며 “과학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윈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기초연구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디에서나 연구의 가장 큰 원동력은 자금”이라며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창의적인 기초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다윈 교수는 기업의 지원도 도움이 되지만,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특정한 질병을 겨냥하지 않은 발견 기반의 과학에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테리아와 박테이라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이어졌고, 요구르트 배양균을 보호하려는 시도가 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로 이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마다 ‘워라밸’ 다르다… 자신의 것을 알아내는 건 각자의 몫

다윈 교수에게 여성으로서 성공적인 과학자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그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이를 낳는다면 전업 부모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스스로를 과학에 대해 생각하고 연구실을 관리하는 동시에 가족도 관리할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윈 교수는 “두 가지 모두를 가질 수 있겠지만 쉽지는 않다고 젊은 연구자들에게 조언하고 싶다”며 “경력이나 가정생활이 급성장하는 시기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항상 가능할 수는 없다. 모든 사례가 다르고, 이를 알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육아보다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 결과에 충분한 만족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혜란 다윈(왼쪽 네 번째) 뉴욕대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자신을 둘러싸거나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서로를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혜란 다윈 교수

다윈 교수는 영감의 원천을 ‘답할 가치가 있는 좋은 질문을 생각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막막함을 느낄 때면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이 비슷한 질문을 했거나 몇 년 전에 미처 깨닫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며 “연구실의 사람들이 내는 아이디어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도 영감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꾸준한 연구를 위해서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일 일정에 신체 활동을 포함하려고 노력한다”며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자신을 둘러싸거나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서로를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동안 긴 하루를 마치고 난 뒤 나를 가장 편안하게 하는 일 중 하나는 남편과 함께 집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영국 살인 미스터리를 보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혜란 다윈 교수는

1992 미국 UCLA 미생물학과 분자유전학 학사

1999 미국 UCLA 미생물학&분자유전학 박사

2001 미국 코넬대 박사후연구원

2004 미국 뉴욕대 교수

2016 미국 미생물학술원 펠로우

주요 연구 성과

mBio(2023), DOI : https://doi.org/10.1128/mbio.00363-23

mSphere(2022), DOI : https://doi.org/10.1128/msphere.00274-22

JBC(2022), DOI : https://doi.org/10.1016/j.jbc.2022.102478

Science(2003), DOI : https://www.science.org/doi/abs/10.1126/science.1091176

Science(2008), DOI : https://www.science.org/doi/abs/10.1126/science.1163885

Cell host & microbe(2012), DOI : https://doi.org/10.1016/j.chom.2012.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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