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죽진 않아서"…'0.517→0.204 뚝' 한화 역대급 외국인, 왜 걱정 안 될까

김민경 기자 2024. 4. 17. 15: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잠시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맹타를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중심 타선을 이끄는 노시환(왼쪽)과 요나단 페라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일상생활에서 완전히 풀이 죽고 그러면 도와주려고 하겠는데, 아직은 그렇게까지 내려온 건 아니라서."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는 올해 에이스 류현진(37), 내야수 안치홍(34) 등과 함께 팀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의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은 뒤 일찍이 새 얼굴 물색에 나섰고, 페라자가 레이더에 들어왔다. 다른 KBO 구단도 페라자를 탐내면서 영입전이 펼쳐졌는데, 페라자는 100만 달러에 한화와 손을 잡았다.

페라자는 3월 한화의 7승1패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8경기에서 타율 0.517(29타수 15안타), 4홈런, 7타점 맹타를 휘두르면서 한화가 단독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당시 "타자들의 타격감이 다 올라오지 않은 상황인데, 사실상 페라자가 끌고 가고 있는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페라자도 타격 사이클을 피해서 갈 수는 없었다. 4월 들어 주춤했다. 12경기에서 타율 0.204(49타수 10안타),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부터 12일 대전 KIA전까지는 17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걱정을 사기도 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4월 들어 반복되는 연패와 관련해 "우리가 연승했을 때와 연패했을 때 확연히 나타나는 것은 결국 선발들이 잘 던지고, 타선에서 페라자나 노시환의 장타가 경기 초중반에 나오고 그랬을 때 우리가 연승을 조금 했다. 연패할 때는 일단 선발이 일찍 무너지고, 그다음에 타선이 경기 중반까지 득점력이 낮다 보니까 그런 데서 차이가 있었다. (하)주석이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고, 페라자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다른 선수들까지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고 연패를 계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페라자는 아직 어린 선수고, 낯선 나라에서 잠시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면 주눅이 들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낙천적인 성격과 강한 멘탈이 뒷받침된 결과라 볼 수 있다.

내야수 안치홍은 페라자가 타격이 안 풀리는 동안 옆에서 어떻게 도왔는지 묻자 "일상생활에서 완전히 풀이 죽고 그러면 도와주려고 하겠는데"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아직은 그렇게까지 내려온 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페라자는 16일 NC전에서도 처음 3타석에서 잘 풀리지 않았다. 1회 유격수 뜬공, 3회 2루수 병살타, 5회 유격수 직선타를 치면서 부진의 늪이 길어지는 듯했다. 그러다 한화가 0-3으로 끌려가던 7회초에 일을 냈다. 2사 후 황영묵이 투수 땅볼 포구 실책으로 출루한 게 컸다. 김영규는 실책 이후 이진영과 최인호를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크게 흔들렸다.

▲ 타격이 안 풀릴 때도 풀이 죽어 있지는 않았다는 요나단 페라자 ⓒ곽혜미 기자
▲ 요난단 페라자는 슬럼프를 탈출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곽혜미 기자

2사 만루 기회에서 NC는 김재열을 마운드에 올렸다. 타석에는 페라자였기에 한화는 사실상 여기가 승부처였다. 페라자는 꼭 쳐줘야 하는 상황에서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쳐 2-3 추격을 알렸다. 2사 2, 3루에서 안치홍이 볼넷을 얻어 다시 한번 만루를 만들었고, 노시환이 우전 2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4-3으로 뒤집었다. 이후 NC의 반격도 있었으나 한화는 7-4로 이기면서 3연패에서 탈출했다.

페라자는 경기 뒤 "팀이 승리해서 기쁘고 오랜만에 좋은 안타로 승리에 기여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시즌 초반에 정말 좋았다가 잠시 부진했지만, 지금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훈련을 하고 있다. 시즌 초반과 같은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다만 수비 안정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페라자는 0-3으로 끌려가던 5회말 2사 후 권희동의 타구를 굳이 다이빙 캐치로 처리하려다 3루타를 허용했다. 욕심을 버리고 타구를 처리했으면 우전 안타로 끝났을 텐데, 의욕이 앞서 3루타가 됐다.

의욕 넘치는 수비는 최 감독이 시범경기 때부터 경계했던 일이다. 최 감독은 당시 중견수 페라자의 가능성을 시험하면서 오버하는 수비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시즌이 개막하면서 코너 외야수로 주로 기용하는 이유다.

에이스 류현진도 팀의 흐름을 깨는 페라자의 수비를 한 차례 지적했다. 류현진은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페라자가 6회말 1사 후 허경민의 평범한 우익수 뜬공을 놓치자 표정이 굳었다. 류현진의 99승이 걸려 있기도 했지만, 팀의 5연패 탈출이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 다행히 류현진이 양의지와 김재환을 차례로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작은 실수 하나가 6연패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류현진은 "그때 솔직히 조금 표정 관리가 안 됐던 것 같다. 중심 타선이었고, 그래서 조금 더 집중하려 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두 타구가 다 그리로(페라자 쪽으로) 가는 바람에 페라자가 나보다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야수들이 집중력을 보여줬고, 페라자 빼고는 좋았다"고 농담을 섞어 페라자의 분발을 기대했다.

페라자가 수비는 삐걱거려도 방망이는 역대급 외국인 타자의 자질을 지녔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페라자는 NC전 2타점 적시타를 계기로 다시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3월에 보여줬던 한화의 돌풍을 다시 이끌 수 있을까.

▲ 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는 수비 안정감까지 더하면 완성형 외국인 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 ⓒ 한화 이글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