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33년 전문가도 서류 탈락…장기기증원장 임용 시끌
장기·조직 기증 업무를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공공기관인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기기증원)의 원장 채용 과정에 '의사 카르텔'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 학회 출신의 의대 교수가 2회 연속 원장이 된 데 이어 최근 검증을 마친 3배수 후보에도 해당 학회장 출신의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원장 채용에 영향력을 갖는 이사회에는 이 학회와 관련된 인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번 공모에서 33년간 장기기증 분야에서 일한 비(非)의료 전문가는 서류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장기기증원은 지난 1월 24일 공모한 2024년 임원(원장) 채용 공고에 대한 서류·면접 심사를 완료하고 현재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채용 공고에는 총 5명이 지원했는데 이 중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정년퇴임한 A 외과 교수를 포함해 3명이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올해 채용 과정에 서류 탈락한 2명 중 1명이 장기기증 분야의 1세대 전문가로 꼽히는 B씨란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장기기증원에 제출한 지원서를 보면 B씨는 1992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지역본부를 설립하고 대국민 캠페인과 서명운동, 기업과의 협약, 교육청과 연계한 홍보관 설립 등 장기·조직 기증 문화 확산에 앞장서 왔다. 2010년 장기기증 활성화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장기기증협회·학회를 연이어 설립한 뒤 지난해까지 총 13편의 논문·연구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학술 활동도 펼쳤다. 지자체로부터 자랑스러운 시민상을 받는 등 대외적으로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
B씨측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장기기증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부터 생명나눔 운동에 힘써온 몇 안 되는 인물"이라며 "전문성, 업무 수행과 조직 관리 능력 어디 하나 부족한 점이 없는데 서류 심사부터 탈락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기기증 전문가의 석연찮은 탈락을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 학회 출신이 장악한 이사회를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원장 채용은 이사회가 선임하는 원장추천위원회가 주관한다. 위원회는 △전문성 △경영 능력·혁신성 △공직자관 △비전 적합성 △업무 수행 능력 △조직 관리 역량 등 각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최종 후보자를 선발한다. 올해는 위원회는 보건복지부 공무원 1명을 포함한 비상임이사 3명, 외부 위원 2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장기조직기증원 이사회 총 10명 중 4명은 대한이식학회 임원 또는 위원회에 소속된 인물이다. 2017년 장기기증원이 출범한 이후 1, 2대 원장은 모두 대한이식학회 회장 출신의 정년퇴임한 의대 교수였다. 1대 조원현 원장(계명대 동산병원)은 2015년, 2대 문인성 원장(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은 2017년 학회장을 역임했다.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A교수 역시 최근 이 학회 회장직을 수행했다. 이들 세 교수는 대한혈관외과학회 회장·이사장 등 간부를 맡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B씨측 관계자는 "장기기증·구득의 활성화와 장기이식은 그 목적과 업무가 엄연히 다르다. 이식 수술을 잘하는 의사라고 기증 문화를 활성화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현직 원장은 물론 차기 원장 후보까지 특정 학회 출신의 의대 교수란 점은 자체 내정을 통한 배턴 터치식 '의료 카르텔'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기기증원은 "원장 공모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거쳐 진행됐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장기기증원은 "올해 원장추천위원회에 학회 관련 인사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비상임이사는 복지부 공무원과 공공기관장, 학회와 무관한 의사이며 외부 위원은 일반 대학 교수와 공공기관 직원으로 학회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에 이식학회 인사가 다수 포함된 데 대해서는 "장기 기증과 관련한 인력풀이 한정적이다 보니 생긴 일"이라며 "의대 교수는 수술뿐 아니라 장기 기증 과정에도 폭넓게 관여한다. 역대 원장과 올해 최종 후보자로 꼽힌 이들은 수십년간 이식 분야에서 일하며 전문성과 조직 운영 등의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다만, 장기기증원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서류 심사 결과 공개를 거부하면서 "지원자 본인이 요청해도 항목별 평가 점수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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