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사체’ 허수아비로 까치 내쫓은 지자체
양구군청, 농가에 조류 사체 지급
카라 “현행법 위반” 반발에 일시 중단
*이 기사에는 동물학대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원 양구군에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야생조류 퇴치 명목으로 조류 사체를 ‘허수아비’로 사용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 농가의 요청으로 진행된 일이라는 게 양구군청의 해명인데, 현재는 동물보호단체의 항의로 일시 중단된 상태다.
동물권행동 카라(카라)는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국에서 유해야생동물 사체를 농작물 피해 예방 등의 목적으로 ‘허수아비’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제보받는다”며 양구군의 사례를 공개했다.
카라의 설명을 들어보면, 양구군청은 지난달 12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해조류 연중 무상제공 안내’ 게시글을 올렸다. 양구군 수렵협회가 유해야생동물로 포획한 까마귀, 까치 등 조류 사체를 관내 축산·과수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까치나 까마귀 등의 사체를 나무에 매달게 되면 동종의 사체를 본 조류가 접근을 꺼린다고 한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을 유해야생동물로 정의한다. 동법 시행규칙을 보면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큰부리까마귀’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사람에 한해 총기 등을 이용해 포획이 가능하다. 특히 이렇게 포획한 야생동물 사체는 공중보건 등을 위해 매몰, 소각, 고온·고압의 멸균 처리를 해야 하는데 지역적 특수성 등을 고려해 지자체 조례로 정한 방법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
이에 카라는 “포획된 야생동물의 사체를 농가에 제공하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사람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사살된 동물의 사체를 또다시 사람의 쓰임새를 위해 사용하는 행위는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전염병 확산 우려도 나왔다. 카라는 “일정 기간 ‘허수아비’ 역할을 한 뒤 부패가 진행된 사체 처리 방법 역시 불분명해 인수공통감염병이나 가축전염병 발생·확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카라는 지난달 25일 양구군청에 공문을 보내 사체 제공 중단을 요청했고, 양구군청은 지난 2일 사체 제공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알려왔다.
다만 양구군청은 영구 중단은 아니며, 조례 개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 사체를 제공할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양구군청 관계자는 17일 한겨레에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조류 사체를 사용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활용되어 온 방법”이라며 “최근 대구 등 다른 지역의 과수농가들이 양구군으로 많이 유입되었는데, 이들 농가가 먼저 군청에 사체 제공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농가를 돕기 위해 시작된 일인 만큼 전문가, 농가 등과 협의해 (사체를 제공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과수농가에서 조류 조형물, 그물막 설치 등의 방법을 사용했을 때는 조류 접근 방지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사체를 매달았을 때는 장기간 조류 접근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달 12일 양구군청의 공지 이후, 3주 동안 사체를 요청한 농가는 모두 3곳으로 수렵협회는 이들 농가에 각각 10~15마리의 조류 사체를 제공했다.
카라는 ‘사체 허수아비’가 양구군뿐 아니라 전국의 과수 농가 등에서 활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관련 제보를 수집하고 있다. 최인수 카라 정책기획팀 활동가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과수 농업이 활성되된 지역에서 드문드문 쓰이는 방법으로 조사됐다”면서도 “오래전부터 습성대로 살아온 토종 생물이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사체마저 전시되는 것에는 온전히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구군 또한 사체 제공을 위한 조례 개정을 검토할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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