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친 최정도 KIA 마무리에 놀랐다···정해영 “다시 만나도 같은 선택, 그 공에는 후회 없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4. 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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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마무리 정해영. KIA 타이거즈 제공



정해영(23·KIA)은 지난 16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최정(SSG)을 언급했다. 최정은 이승엽 두산 감독이 보유해온 통산 최다 홈런 기록(467개)에 1개 차로 근접한 채 이날 KIA전을 맞았다. 정해영은 “그 홈런 (우리 팀이) 맞으면 안 되는데”라고 했다. 이미 몇 시간 뒤에 맞이할 운명을 그때는 몰랐다.

드라마처럼 정해영은 4-3으로 앞서던 9회말 2사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기고 최정을 상대하게 됐다. 선두타자 최지훈과 2번 타자 하재훈을 연속 삼진으로 잡고 기분 좋게 다음 투구에 들어갈 때 최정이 타석에 섰다. 구심이 다가와 공을 교체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기록 가능성을 의식한 KBO가 최정의 타석 때마다 번번이 공을 새로 교체했다.

두 타자 연속 삼진 잡은 공으로 계속 던지고 싶은 것이 투수의 마음, 어쩔 수 없이 바꾼 새 공으로 정해영은 공교롭게 3구 연속 볼을 던졌다.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승부를 하고 싶었다. 4구째 던진 직구가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최정은 깜짝 놀란 듯 그대로 서서 지켜봤다.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정해영은 다시 직구로 승부했다. 정해영은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쳐 잘 넣었고, 최정은 그걸 받아쳐서 좌월 홈런으로 만들었다. 최정은 통산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을 세웠고 정해영은 큰 기록을 내준 투수로 기록됐다.

SSG 최정이 지난 16일 인천 KIA전에서 9회말 2사후 정해영의 직구에 타격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정해영은 17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다시 승부해도 직구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정해영은 “구위가 좋든 안 좋든 내가 자신있는 공을 던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1점 차였고 때로는 피해가는 승부도 해야겠지만 그 다음 타자 에레디아의 타격감도 어제 굉장히 좋았다. 앞에 볼 3개를 던진 게 문제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서 맞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승부해도 직구를 던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해영은 올해 최고의 구위로 시즌을 출발했다. 겨울 사이 완전히 업그레이드 된 구위에 구속까지 빨라져 시속 150㎞대를 찍으며 출발해 1점도 내주지 않고 달려왔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했고 이를 악 물고 출발한 시즌이었다. 마무리 3년차였던 지난해에는 구위가 떨어져 부진했고 자신감도 떨어졌던 정해영은 올해 준비 과정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개막하고 팀과 함께 리그 최고 컨디션의 마무리로 출발하면서 자신감도 장착했다.

이날 최정에게 내준 홈런은 정해영이 개막후 9경기 만에 처음으로 맞은 쓰라린 결과다. 올해는 한 개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던 블론세이브를 처음 했고, 패전 투수도 됐다. 실점도 처음 했다. 그러나 정해영은 마음의 회복력도 달라졌다. 고개 숙이지 않았다. 당연히 했어야 했던 승부이니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정해영은 “어제 경기 끝나고 숙소에서 (정재훈) 투수코치님이 방으로 부르셨다. 어차피 언젠가 나와야 할 것이었고, 그동안 잘 했으니 빨리 잊고 앞으로도 잘 하자고, 신경쓰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며 “결과가 그렇게 되어 팀에 많이 미안하다. 앞에 아웃카운트 2개를 다 삼진으로 잡다보니 내가 너무 과감하게 들어갔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승부에는 후회는 없다. 아쉽기는 한데 최정 선배한테 맞았으니 인정해야 될 것 같다. 와··· 타구가 너무 멀리 갔다”고 말했다.

최정은 이날 경기 뒤 인터뷰에서 정해영과 승부의 순간을 이렇게 돌이켰다.

“(3볼이기에) 나는 볼넷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4구째에)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너무 과감하게 들어오는 거다. ‘그래, 팀의 마무리 투수가 이 정도구나. 이 정도는 돼야지’ 생각했다. 그 다음은 무조건 빠른 볼로 그냥 승부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냥 ‘에이 몰라’ 하고 돌렸는데 맞았다.”

상대팀 어린 마무리가 중요한 순간 정면승부를 해온 대담함에 역사적인 홈런 타자 최정조차 순간 당황을 했고, 다음 공에도 승부를 할 거라는 직감이 들었고 그래서 순간 스윙을 한게 홈런이 됐다고 했다. 타자는 상대 투수의 승부에 놀랐고, 투수는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승부를 해 이런 타자한테 맞았으니 인정한다고 했다. 정해영이 최정에게 맞은 467호 홈런은 명승부였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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