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던지면 이기고, 레전드 쳐서 이기고… SSG 간판들은 여전히 랜더스필드를 밝힌다

김태우 기자 2024. 4. 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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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등판한 5경기에서 3승 무패에 팀이 모두 이기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김광현 ⓒSSG랜더스
▲ 올 시즌 리그 홈런 부문 1위를 달리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최정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나만 잘하면 우리 팀은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지난 2월 플로리다 전지훈련 당시 SSG의 에이스인 김광현(36)은 자책 아닌 자책으로 올 시즌 출사표를 대신했다. 김광현은 SSG의 포스트시즌 진출 탈락을 점치는 대다수 시즌 전 프리뷰의 저평가가 신경이 쓰이는 듯 충분히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자신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이를 꽉 깨물었다.

김광현은 지난해 30경기에서 168⅓이닝을 던지며 9승8패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물론 이 또한 리그 국내 선발 투수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축에 드는 숫자이기는 했지만, 김광현은 자신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단언했다. 당장 2022년 28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 2.13이 눈에 들어왔고, 10승도 하지 못했다. 팀에 많이 공헌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 어깨 상태도 시즌 내내 정상이 아니었다. 김광현은 “버텼다”는 말로 2023년을 돌아봤다. 기록이나 주위 평가 등 모든 것을 떠나 스스로가 느끼는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올 시즌을 앞두고는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정상을 회복했고, 자신이 제 몫을 하면 팀 성적은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는 각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즌 초반에는 김광현의 말대로 SSG의 시즌이 흘러가고 있다.

김광현은 시즌 첫 5번의 등판에서 25⅔이닝을 던지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했다.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2⅔이닝(무실점)만에 강판된 4월 4일 인천 두산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을 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성적을 거뒀다. 3실점 넘게 한 경기가 없다. 4월 10일 인천 키움전에서 6이닝 4피안타 2실점, 4월 16일 인천 KIA전에서도 6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 피안타율은 2할이 채 되지 않고(.19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또한 1.05로 준수하다.

이렇게 김광현이 경기의 판을 든든하게 깔아주자 SSG도 힘을 냈다. 김광현은 3승 무패를 기록 중이고, 올 시즌 다섯 번의 등판에서 모두 팀이 이겼다. 16일 인천 KIA전에서는 승리투수 요건이 날아가기는 했지만 어쨌든 팀이 이기면서 마지막에 같이 웃었다. 3-4로 뒤진 9회 2사 후 팀이 극적인 홈런 두 방으로 6-4 역전승을 거두자 누구보다 기뻐한 선수가 바로 김광현이었다.

아직도 생생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KBO리그 통산 161승을 기록한 대투수로 성장한 김광현이다. 그런 마운드의 레전드를 9회 활짝 웃게 한 선수 역시 타석의 레전드다. 최정(37)은 3-4로 뒤진 9회 2사 후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치며 랜더스필드와 SSG 더그아웃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이는 팀을 수렁에서 구해내는 극적인 홈런포였을 뿐만 아니라, KBO리그 개인 통산 467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이승엽 현 두산 감독이 가지고 있던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에 타이를 이뤘다. 이제 하나만 더 치면 KBO리그 신기록이다. 묵묵하게 걸어온 그 경력이 화려한 조명을 받을 일만 남았다.

▲ 김광현은 올해 피안타율이 2할도 되지 않는 위력을 과시하며 팀의 시즌 초반 페이스를 끌어가고 있다 ⓒSSG랜더스
▲ 16일 인천 KIA전에서 개인 통산 467번째 홈런을 친 최정은 이제 역대 신기록 작성에 하나를 남기고 있다 ⓒSSG랜더스

최정 또한 30대 후반으로 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를 과시 중이다. 시즌 19경기에서 타율 0.292, 9홈런, 2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71을 기록하고 SSG 홈런 군단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홈런 부문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고, 타점에서도 팀 동료인 한유섬과 더불어 공동 1위다. 장타율에서 1위, 총 루타에서도 2위, OPS에서도 3위를 기록하는 등 리그 최정상급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홈런왕에 도전할 만한 페이스다.

최정의 홈런 또한 SSG 승리의 부적이다. 최정은 4월 14일 kt전에서 홈런 두 방을 때려낸 것을 비롯, 올해 8경기에서 홈런을 쳤다. 그리고 팀은 최정이 홈런을 친 경기에서 6승2패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김광현이 던지면 이기고, 최정이 쳐서 이기는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저 선배라면 반드시 무언가를 하나 해줄 것”이라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두 어깨에 지고 묵묵하게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지난 15년의 세월 동안 그랬던 것처럼, SSG의 간판들은 여전히 불을 환하게 켜둔 채 랜더스필드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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