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KBL 최고 가드 김선형, 알바노 무력화시킨 KCC 에피스톨라. 그는 어떻게 PO 최고의 X펙터가 됐나

류동혁 2024. 4. 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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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를 수비하는 에피스톨라. 사진제공=KBL
김선형을 수비하는 에피스톨라.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부산 KCC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극적 변화'를 가져온 팀이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 서울 SK를 3전 전승으로 물리쳤다. 경기력은 더욱 놀랍다.

1차전 81대63, 2차전 99대72, 3차전 97대77, 모두 15점 차 이상의 완승이었다. 완벽변신한 KCC 힘이 느껴지는 경기력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정규리그 1위 DB와의 4강 1차전에서도 압도했다. 1쿼터부터 11점 차로 앞선 KCC는 압도적 경기력으로 12점 차 완승을 거뒀다.

KCC의 변화에는 당연히 많은 요소들이 있다. ▶라건아, 최준용, 송교창, 허 웅의 각성 ▶특유의 슈퍼 로테이션 ▶맞춤수비를 정확히 가져온 벤치의 힘 등이 있다.

정규리그와 완전히 달라진 KCC의 공수 조직력이다. '재능의 힘'을 '팀 조직력'으로 승화시키면서 압도적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변화의 중심에는 예상치 못한, 낯선 이름이 등장한다. 아시아쿼터 켈빈 에피스톨라(27)다.

지난 시즌 KCC에 합류한 그에게 기대가 많이 없었다. '실패한 아시아쿼터'라는 수식이 붙었다.

DB 이선 알바노, KGC 렌즈 아반도, LG 저스틴 구탕, 현대모비스 아바리엔토스, 가스공사 벨랑겔 등이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팀 핵심으로 활약할 때, 에피스톨라는 1군 자리를 꿰차는 것도 버거워보였다.

지난 시즌 13경기에 출전, 평균 11분30초를 뛰면서 2.7득점에 그쳤다. 핵심 식스맨 역할도 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캐나다 오타와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3학년 때 평균 29분30초를 뛰면서, 12.7득점, 2점슛 야투율 52.7%, 3점슛 성공률 37.0%를 기록했다.

공격력은 임팩트가 부족했지만, 공수 밸런스가 좋은 선수였다. 탄탄한 수비는 대학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었다. 좋은 파워를 이용한 활동력이 좋은 수비력을 지녔다.

게다가 고교, 대학시절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성실하고 착하고 스마트한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KCC는 좋은 수비력과 착하고 스마트한 그의 성품에 높은 평가를 내렸고, 아시아쿼터 영입을 결정했다.

시즌 첫 해 많은 것이 낯설었다.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KBL에서 방출되면 사실상 갈 곳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벤치의 눈치도 많이 봤다. 코트에서 주눅 든 플레이를 했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단, KCC는 그의 잠재력을 믿었다. 올 시즌에도 에피스톨라를 아시아쿼터로 믿고 기용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KCC는 최준용을 데려오면서, 호화멤버가 됐다. 가드진에는 이호현도 영입했다.

시즌 준비는 철저했다. 일찍 팀 훈련에 합류했고, 새벽과 야간운동을 빼먹지 않았다. 'KBL 무대에서 퇴출되면 프로선수로 끝'이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시즌 초반 반등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기량을 알아본 KCC 주축 선수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라건아, 최준용, 허 웅, 송교창은 에피스톨라와 수시로 식사를 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최준용과 라건아는 함께 다니면서 수시로 애정어린 충고를 했다.

기회가 왔다. 그의 끝없는 노력과 드디어 만났다.

이호현이 부상으로 빠졌다. 에피스톨라는 D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유병훈 이진욱이 있었지만, '군계일학'이었다. "득점과 리딩도 괜찮지만, 특히 수비가 더욱 좋아졌다"는 리포트가 올라갔고, 전창진 감독, 강양택, 이상민 코치 역시 그의 기량을 재 점검한 뒤 플레이오프 '히든 카드'로 낙점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내내 KCC는 외곽 수비가 '약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에피스톨라의 수비력을 계속 지켜본 KCC 코칭스태프는 그를 과감하게 기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SK전에서 김선형을 수비했다.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에피스톨라가 외곽에서 수비의 중심을 잡자, KCC 나머지 주전 선수들의 수비 부담이 줄어들었다. 외곽 수비가 안정적으로 변하자, 공수 밸런스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4강 DB전을 앞두고, KCC 코칭스태프는 결단을 내렸다. DB의 외곽에는 정규리그 MVP에 빛나는 이선 알바노가 있었다. 송교창을 붙일 수 있는 '변형 전술'을 쓸 수도 있었다. 단, 송교창을 외곽 수비로 돌리면 KCC 특유의 트랜지션과 로테이션의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KCC 전창진 감독은 "에피스톨라의 수비력이면 충분히 알바노와 경쟁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알바노는 1차전에서 에피스톨라의 수비에 고전했고, 고립된 공격을 하는 장면이 계속 연출됐다. 알바노 대신 강상재를 수비한 송교창은 공격이 폭발했다. KCC 전체적으로 볼 때 아킬레스건이었던 외곽 수비가 강화되면서, 특유의 트랜지션 게임에 의한 공격 폭발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X펙터다. 예상치 못한 선수의 맹활약은 그 팀에 어마어마한 도움을 준다.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X펙터는 에피스톨라다. 단,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회'를 잡은 준비된 'X펙터'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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