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겠다, 나 좀 살려줘” 최정, ‘부담감’에 떨었다…그리고 끝내 ‘이겨냈다’ [SS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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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살려줘."
달성 후 "이런 날이 처음이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면서 옆 선수에게 '나 좀 살려달라', '이거 못하겠다' 그랬다. 나도 내가 홈런을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 신기하다. 홈런을 노리고 들어간 것도 아니다. 구종과 코스만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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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 기자] “나 좀 살려줘.”
부담감과 싸웠다. 그리고 이겨냈다. 그것도 가장 극적인 순간에. 괜히 ‘슈퍼스타’가 아니다. SSG 최정(37)이 역대 홈런 순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최정은 16일 홈 KIA전에서 개인 통산 467호 홈런을 터뜨렸다. 두산 이승엽 감독과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역대 최다 홈런 1위다. 이승엽 감독은 더 이상 홈런을 칠 수 없다. 최정이 오롯이 홀로 설 일만 남았다.
달성 후 “이런 날이 처음이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면서 옆 선수에게 ‘나 좀 살려달라’, ‘이거 못하겠다’ 그랬다. 나도 내가 홈런을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 신기하다. 홈런을 노리고 들어간 것도 아니다. 구종과 코스만 봤다”고 말했다.
9회말 SSG는 3-4로 뒤지고 있었다. 게다가 투아웃이다. 최정이 타석에 섰다. 볼 3개를 먼저 봤다. 이후 스트라이크 하나. 5구째 시속 147㎞ 속구가 들어왔다. KIA 마무리 정해영의 정면승부다.
최정이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훨훨 날아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통산 467번째 대포를 극적인 동점 솔로포로 장식했다. 한유섬의 끝내기 투런 홈런이 나와 SSG가 웃었다.
기본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이다. SSG가 홈런 신기록 이벤트도 ‘선수가 부담될까 봐’ 조용히 준비했을 정도다. 대신 야구에 대한 몰입도는 무시무시하다.
이숭용 감독은 “그냥 가만히 두면 알아서 잘한다. 첫 타석에서 뭔가 안 맞으면, 다음 타석에서 바로 조정한다. 내가 뭐라고 조언하고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사실 이날 첫 세 타석은 좋지 않았다. 뜬공-뜬공-삼진. 7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깨끗한 좌전 안타를 쳤다. 여기서 ‘예열’이 됐다. 9회말 홈런으로 화룡점정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많이 부담됐다. 기록 때문에 매 타석 공도 바꾸더라. 또 부담됐다. 타석 들어갔는데 포수 (김)태군이가 ‘온 국민이 홈런에 관심 갖고 있습니다’ 그러더라. 그것도 부담이었다”며 웃은 후 “집중은 했는데 뭔가 이상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9회에도 그냥 볼넷으로 나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안타 하나에 마음이 풀렸다. “7회말 안타를 때린 후 ‘오늘 1안타, 오케이’ 하는 심정이었다. 만족한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다. 9회 홈런 순간에는 ‘해냈다’ 싶더라. 내가 뭐라고 이렇게 이슈가 되나 싶다. 그 자체로 기분 좋다”며 “이승엽 감독님과 타이가 됐다는 점이 너무 영광스럽다”고 돌아봤다.
대기록을 세웠는데 이상할 정도로 담담했다. 이유가 있다. “오히려 나는 주변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다”며 웃은 후 “내가 해외에 다녀왔다면 뿌듯했을 것도 같다. 나는 이승엽 감독님을 넘어선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덤덤한 것 같다. 지금도 ‘어떻게 했지?’ 싶다. 물론 영광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쉬는 날만 좀 누리려고 한다. 마인드 콘트롤 해야 한다. 한결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 그냥 빨리 다음 경기 준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원동력이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기록에도 들뜨지 않는다. 지나간 것은 잊고, 다음을 준비한다. 그렇게 20년째다. 최정이 무서운 진짜 이유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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