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형사재판 배심원 7명 선정…"폭스와 MSNBC 둘다 본다"

김성식 기자 2024. 4. 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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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공정 재판' 주장에 고심…이틀째 42개 질문 던지며 적격여부 판별
민주당 텃밭 맨해튼서 18명 골라야…재판부, 피고인에 배심원 보호 당부
16일(현지시간) 재판 중 변호사와 협의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그린 그림. 2024.04.1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혐의와 관련한 첫 번째 형사재판이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가운데 재판 이튿날인 16일(현지시간) 총 18명의 배심원 중 7명이 가까스로 선정됐다.

뉴욕 주민들이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공정 재판을 주장하고 있어 재판부가 배심원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로이터·AFP 통신과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뉴욕주 맨해튼연방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선 7명의 배심원이 처음으로 선정됐다.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립학교 교사부터 IT회사 개발자, 사내 변호사, 간호사, 서점 점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단은 사전에 합의한 42개의 질문지를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묻는 방식으로 적격 여부를 판별했다.

이번 형사재판에는 배심원 12명과 예비 배심원 6명을 뽑아야 한다.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질문지에는 배심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확인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평소 본인 생각은 물론 가족과 지인들이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여부 등이 담겼다.

특히 눈길을 모으는 건 '평소 어떤 뉴스를 소비하느냐'는 문항이다. 이날 배심원이 된 간호사는 보수매체 폭스뉴스와 진보매체 MSNBC 방송 모두 시청한다고 답했고, 사내 변호사는 뉴스를 거의 챙겨보지 않는다고 했다.

전날 재판에선 소환장을 받아 출석한 96명의 주민들 중 50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정한 평결을 내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자진 사퇴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는데, 이날은 모두 6명이 스스로 후보직을 내려놨다. 월가 금융업계에서 일한다는 한 후보자는 "업계 지인들 중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아 암묵적인 편견이 예상된다"며 사퇴했다.

이 외에도 개인적인 일정이나 배심원 업무와 직업 간 이해 상충에 대한 우려 등이 사퇴 이유로 제기됐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판사와 증인, 검사를 상대로 비방전을 펼쳐온 데다 대선을 불과 7개월 앞두고 있어 주민들이 배심원 역할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배심원 후보자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얼거리자 "법정에서 배심원이 협박당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변호인단에 주의를 당부했다. 조슈아 스타인글라스 검사도 주민들의 부담을 의식한 듯 후보자들에게 배심원 평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가 아닌, 유무죄를 가려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각각 10차례씩 특정 배심원 후보자를 거부할 수 있다. CNN에 따르면 이날 검찰, 변호인단은 각각 6차례씩 거부권을 사용했다. 변호인단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시 경적을 울리며 축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후보자를 정치적 편향성이 없다는 답변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배척했다. 이날 7시간 만에 휴정을 선언한 머천 판사는 오는 18일 재판을 재개해 배심원 선정 작업을 마저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뉴욕주 맨해튼지방법원 법정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날 법정에선 배심원 선정 절차가 진행됐다. 2024.04.1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성인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폭로를 막기 위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트럼프그룹의 자금으로 건네고 회계장부에는 34차례에 걸쳐 법률 자문료로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4월 뉴욕 검찰에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를 만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성추문 입막음 사건 외에도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 대선 개입 △대선 인준 뒤집기 시도 등 총 4건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됐다. 이중 유일하게 성 추문 입막음 사건의 재판 개시일이 이날로 지난달 25일 확정됐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형사사건 중 성추문 입막음 사건이 오는 11월 대선이 열리기 전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불과 7개월 앞두고 배심원 선정과 증인 증언까지 최소 1개월간 이어질 재판에 계속 출석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는 건 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날 법정을 오가며 취재진과 만나 '정치적 기소'와 '불공정 재판'을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을 떠나면서 '배심원단이 공정할 것 같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재판이 끝난 뒤 알려주겠다"며 말을 아꼈다. 재판 관련자 비방 금지 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전날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한 데 대해선 "비방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날 뉴욕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들어 소셜미디어상에서 성추문 입막음 자금을 수수한 대니얼스와 돈을 건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 전속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3건 올렸다며 개당 1000달러(약 1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을 구형했다. 이에 머천 판사는 벌금에 관한 구두 변론을 오는 24일 진행하기로 하고 19일까지 피고인 측에 서면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변호인단이 재차 제기한 머천 판사 기피 신청은 전날에도 기각됐다.

사람들이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2024.04.1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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