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빅테크마저 사무실 빼고 비용 감축..美 오피스 시장 어쩌나

민서연 기자 2024. 4. 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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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재택근무 모드를 철수하고 사무실을 사용해오던 미국의 빅테크들(대형 기술기업)까지도 사무실 공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빅테크들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고객이었는데, 이들이 사무실을 떠나면서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더욱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들은 수년간 사무실 이용을 늘려왔지만 최근 ‘공간 줄이기’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버지니아 북부에 있는 제2본사 건설을 중단했으며, 기존 사무실 임차기간을 갱신하지 않고 있다. 구글은 현재 사용중인 실리콘 밸리 사무실을 다른 기업에게 전대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를 ‘비용 절감의 해’로 선언하고 꾸준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메타는 인원을 줄이고 시애틀 등의 사무실 계약을 종료하면서 팬데믹 초기보다 임대 비용을 줄인 상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로고. /연합뉴스

지금껏 빅테크는 사무실 및 상업용 부동산을 자산으로 여기고 사모으면서 경제적 이득을 누려왔다. 업무적으로도 좋은 오피스와 새로운 작업공간은 고연봉 직원들을 데려오는 유인책으로서 작용했다. 빅테크들의 오피스 욕심은 도시의 재산세 수입을 늘리고 근처 상가와 마트등 소매업체들에게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이들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해안도시의 대표적인 임차인으로서, 팬데믹과 직원들의 재택 근무 시작 후에도 부동산 확장을 늘려왔다. 2021년까지도 이들은 맨해튼의 사무실 공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으로서 금융업계 기업들과 경쟁했다.

그런데 부동산을 대하는 빅테크들의 행태가 변했다. 임대기간이 만료되어도 연장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사무실마저도 처분하려 한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샌프란시스코의 160만 개의 사무실을 차지한 빅테크는 올해 1월 기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거나 새로 계약하는 빅테크들조차도 이전보다 적은 규모의 사무실 및 짧은 임대기간 등의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빅테크의 강력한 수요와 그동안 낮았던 금리, 대형 투자회사들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투자는 지난 수년간 미국 사무실 가격을 수직상승 시켰다. 시애틀 1800나인스애비뉴(1800Ninth Avenue) 빌딩은 아마존이 건물 전체의 3분의 2를 사용해왔던 건물이다. 아마존의 수요를 기반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당 빌딩의 가치는 10년 간 3배 넘게 뛰었다.

2013년 말 해당 건물은 1억5000만 달러에 판매됐다. 2011년 이 건물은 7700만 달러에 매매됐었는데, 2년 만에 두 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후 2019년에는 JP모건자산운용이 빌딩을 2억600만달러에 매입했다. 그러나 올해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면서 아마존이 이 빌딩을 떠난다. 이와 함께 건물은 시장의 매물로 등록됐는데, 시애틀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 건물이 2019년에 팔렸던 가격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져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인은 당연히 비용 절감이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중국 기술기업들의 침투 등으로 대내외 시장 상황이 빅테크에게 좋지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빅테크들은 감원을 지속하고 있고 광고비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애쓰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빅테크들이 가진 부동산은 자산으로 상승해왔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았었는데, 비용 절감이 길어지면서 부동산까지 비용 감축의 대상이 됐다.

WSJ은 변화의 기점을 2022년이라고 짚었다. 재택근무가 줄어들지 않고 몇몇 빅테크가 대규모 감원을 시작하면서 사무실 공간의 필요성이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다. 아마존 관계자는 “우리는 직원들이 사무실을 사용하는 방식의 추세를 살펴보면서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며 팬데믹 초기엔 재택근무에도 회사의 실적이 잘나오면서 고용이 늘고 사무실 인원이 늘 것으로 생각해 임대차 계약도 늘렸는데 상황이 변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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