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오래 걸린다”…금리 인하 ‘지연’ 쐐기 박은 파월

더딘 물가 둔화 흐름에 상반기 인하는 물 건너가
美 연준 ‘연내 3회 인하’ 기조도 ‘흔들’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6일(현지 시각)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지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과 물가 지표가 이어지면서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멀어진 흐름이다.

16일(현지 시각) 파월 의장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포럼에서 "최근 경제 데이터는 견고한 성장과 노동 시장의 지속적인 강세를 보여주지만 2%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진전이 부족했다는 것 또한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의 통화정책 수준이 우리가 직면한 위험에 대처하기 좋은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가시화하기 전까지는 현 5.25~5.50%인 기준금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동시에 물가 지표가 급격히 상승하지 않는 한 추가 금리 인상도 불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앞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전제로 연내 3회 금리 인하 방침을 내비친 바 있다. 당초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인사였던 파월 의장도 지난달 "더 큰 확신을 갖기까지 멀지 않았다"고 선회하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3개월 연속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상황이다. 특히 중동 전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한 터라, 추가적인 물가 상승까지 예상되는 국면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 지연을 넘어, '연내 3회 인하'라는 기존 정책 입장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월가의 다수 애널리스트들은 6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전망을 수정했으며 올해 최대 두 차례의 인하만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기금 선물시장의 기준금리 기대치를 나타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6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4.8%로 반영하고 있다. 한 달 전 41.2%였던 것에 비해 2배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