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이란 vs 이스라엘 '약속 대련'? 진실은

남승모 기자 2024. 4. 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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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드론 등 300여 발을 퍼부은 이란의 공격이 사실상 무위에 그친 걸 두고 '약속 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공습 뒤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을 무력화하고자 했지만 실패했고 작전 목표가 성취됐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이 발사한 여러 유형의 발사체 300여기 중 99%를 요격했다"며 "이란의 공격은 저지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실제로 이스라엘 측 피해는 경미한 걸로 보입니다.
 

이란-이스라엘, 미국 매개로 약속 대련?


이란 공격을 막아낸 1등 공신은 뭐니뭐니 해도 이스라엘의 촘촘한 방공망입니다. 미국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는 공습 당시 폭죽처럼 밤하늘에서 번쩍이던 미사일 요격 장면으로도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약속 대련'이란 말은 왜 나온 걸까요? 시작은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이었습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현지시간 14일 테헤란 주재 각국 대사들과 만나 "주변국과 미국에게 공습 72시간 전 작전을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듣기에 따라 '공격할 테니 피해가 크지 않도록 잘 막으세요'라고 미국을 통해 이스라엘에게 마치 귀띔해 준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이란 공격 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이 또한 이런 해석에 영향을 미친 걸로 보입니다. 앞서 한 외신은 이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의 영사관 폭격에 대응할 것이며 서둘러 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미국에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


해당 외신은 이란이 이달 7일 오만을 방문한 이란 외무장관을 통해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만은 미국과 이란 사이 소통 통로 역할을 해온 국가입니다. (참고로 이란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국과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오만 같은 중재국 사람이 이란과 미국 대표단이 있는 방을 오가며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게 외교가 설명입니다.) 이 기사에서 한 소식통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통제된 방식으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을 요구했으며, 미국은 이런 요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보도도 있었던 터라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은 이른바 '약속 대련'에 대한 의구심을 한층 더 증폭시켰습니다. 사실 이스라엘 방공망이 촘촘하다고는 해도 99% 요격은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의 경우, 통상적인 요격률은 78%로 80%가 채 안 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당시 패트리엇 미사일이나 이지스함의 다른 요격 자산들도 동원됐을 걸로 보이지만, 그렇다 해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요격률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귀띔'을 의심해 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미국-이란, 사전 통보 '일축'…진실은?


미국과 이란은 모두 '사전 통보설'을 부인했습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에 대비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이란이 사전에 경고했다는 보도는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란이 "공격 시기나 표적, 방식"에 대해 알린 적은 결코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어떻게 접근할지 어느 나라와도 사전에 합의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요? 당사자인 미국과 이란만이 알겠지만 어느 정도 정황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메시지가 결코 공격 시기나 대상에 대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이란에게 보복 자제를, 이란은 보복의 정당성을 각기 전달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 건 이란 측이 주변국과 미국에 공습 72시간 전에 작전을 하겠다고 통보했다는 부분입니다. 왜 했을까요? 이는 공습 작전의 성격상 여러 나라 영공을 통과해야 하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통상 로켓 발사 시, 잔해물 낙하에 따른 선박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발사 전 국제해사기구에 이를 통보하는데 이와 비슷한 차원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다만, 군사적 활동의 경우 사전에 주변국에 통보하는 국제법적 프로토콜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실제 국제법에 따른 조치였다기보다는 합법적 군사 대응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싶었던 이란의 자발적 행동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미국이나 이란이나 직접 충돌은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하지만 미국을 상대로 한 '저항의 축'을 이끄는 중심이자 핵 개발을 밀어붙이며 지역 맹주로 활동하려는 이란이, '숙적'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보복전까지 미국과 말을 맞춰가며 했다는 건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다만, 외신 보도에 언급됐던 것처럼 이란이 통제된 수위의 보복을 조건으로 미국에게 관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진실은 미국과 이란만이 알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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