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8% 사전투표, 조사 못해 ‘보정’ 만… 표본도 대선보다 훨씬 적어[Who, What, Why]

민병기 기자 2024. 4. 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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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사전투표 출구조사는 법위반
성별·지역 ‘여론조사’로 대체
샤이층 결집 파악 못했을 수도
소수점까지 맞힌 대선과 차이
나오는 순서 5번째마다 조사
응답률 80%… 예산 72억 소요
총선 출구조사 왜 부정확했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던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옥정초등학교에 마련된 옥수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국회의원 총선거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국민의힘이 개헌·탄핵 저지선인 101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국민의힘에 기운 의석 예측치를 내놓은 KBS가 87∼105석이었고, MBC와 SBS는 각각 최저치는 85석을, 최대는 99석과 100석을 예측했다. 하지만 전국 254개 지역구 중 18곳의 승패가 뒤바뀌었고, 그 결과 실제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었다. 이는 방송사의 최대 예측치보다 3석에서 9석가량 많은 수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75석으로 방송사의 최소 예측치보다 3∼9석가량 적은 의석을 실제로 확보했다.

불과 2년 전 대통령 선거 때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을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맞혔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도 실제와 0.16%포인트 차에 불과해 ‘족집게’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2년 만에 방송사들이 사과 공지를 낼 정도로 ‘틀린’ 조사가 됐다.

◇출구조사 어떻게 하나 = 이번 총선 출구조사에 방송 3사가 투입한 예산은 72억8000만 원가량이다. 전국 1980개 투표소에 8900여 명의 조사 인력을 투입, 투표가 이뤄진 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출구조사가 진행된다. 방송 3사가 공동으로 꾸린 방송협회 산하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orea Election Pool·KEP)가 조사 주체가 되고 방송 3사와 꾸준히 여론조사 협업을 해 온 입소스,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참여한다. 출구조사는 투표소 밖 50m 거리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마치고 출구를 나오는 순서대로 5번째마다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략 응답률은 80%가량이라고 한다. 이렇게 확보한 응답이 35만여 명이 된다.

단 갈수록 전체 투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사전투표의 경우 출구조사가 공직선거법상 불가능하다. 또 관외 사전투표가 많아 법적 제한이 풀려도 실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기도 하다. 이에 방송사들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대략적인 성별·연령별 사전투표율을 제공받아 보정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보다 정확한 보정 작업을 위해 사전투표 기간(5∼6일) 직후 본선거 직전인 7∼9일 경합 지역구 55곳의 5만 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렇게 얻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방송 3사마다 각각 결과에 대한 해석과 보정을 거쳐 투표일 오후 6시 최소∼최대 예측치를 내놓게 된다.

4·10 총선 당시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를 마친 뒤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 응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총선 출구조사, 왜 틀리나 = 사실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대선이나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조사하는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 출구조사는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4년 전 21대 총선 때 출구조사는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 미래통합당의 참패는 예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측 최대치보다 더 많은 의석을, 통합당은 예측 최소치보다 더 적은 의석을 얻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여야가 비슷한 의석수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이었다. 이번 총선의 경우 18개 선거구 중 민주당이 앞설 것으로 예상했던 16곳의 승패가 뒤바뀌며 출구조사보다 국민의힘은 더 많은 의석을, 민주당은 더 적은 의석을 차지했다.

총선 출구조사가 자주 틀리는 이유로는 출구조사의 표본이 적은 점이 우선 꼽힌다. 사실상 전국이 단일 선거구인 대선에 비해 동시에 254곳의 조사가 이뤄지는 총선의 표본은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오차도 커진다. 출구조사는 통상 투표소 출구를 나오는 순서대로 5번째 투표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추출법에 의존하는데 총선의 경우 254개 지역구별로 유권자 구성에 맞는 표본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17일 “수도권에서는 여야 간 5%포인트 안쪽으로 차이가 갈린 곳이 수십 곳”이라며 “여론조사 보도 때 오차범위 내 있는 곳의 승패를 가리지 않듯 출구조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따질 경우엔 오차가 줄겠지만 이 경우 개표에 앞서 판세를 보여주는 출구조사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밝혔다.

갈수록 높아지는 사전투표율도 출구조사의 정확도에 영향을 미친다. 방송사들과 조사 기관은 출구조사가 불가능한 사전투표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추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성별·연령별·지역별 투표율을 감안해 보정 작업을 거치지만 아무래도 직접 출구조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은 31.28%로 전체 투표율(67.0%)을 감안하면 절반에 육박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사전투표 때는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 유권자들도 적극적으로 임했다”며 “그간 사전투표에서 나타난 표심과 실제 표심이 달랐고, 출구조사가 이 같은 변화를 정확히 잡아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샤이 보수’, 즉 여론조사에는 응답하지 않으나 투표장에서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을 출구조사가 놓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 낙선한 민주당 후보는 “막판 보수 결집세가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며 “이 같은 유권자들이 여론조사는 물론 출구조사에도 응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출구조사의 응답률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은 자신이 투표한 후보를 밝히지 않는다. 이 같은 숨은 표심이 특정 정당이나 성향에 쏠릴 경우 표본이 적은 총선 출구조사에서는 아예 결과를 바꿔놓을 수 있는 셈이다.

방송사들이 이 같은 오차를 감안해 예측 의석수를 특정하지 않고 ‘수십 석’의 범위로 표기함에도 21대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출구조사가 이를 벗어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식이든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 언론사 칼럼에서 “‘저렴한’ 자동응답방식(ARS) 조사로 모든 지역구별 당선 확률만 추정해 합산해도 (출구조사) 수준의 예측은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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