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뮤직’ 반칙 겪고도…‘1위 아니라서’ 애플 규제 어렵다니 [뉴스AS]

안태호 기자 2024. 4. 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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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독점화되는 ‘플랫폼 시장’
초기제재 못 하면 독과점 못 막아
플랫폼법 만들어 경쟁 유지해야
AP 연합뉴스

2011년 4월. 네이버와 다음은 공정거래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구글을 제재해달라는 신고였다. 당시 구글은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본 앱으로 ‘구글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토록 했다. 검색포털들은 구글의 이같은 행위를 독과점 행위라고 봤다. 전세계 검색 시장을 점령한 구글이 스마트폰 보급 물결에 올라타 국내 모바일 검색 시장까지 싹쓸이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었다.

■ 구글 공습에 공정위가 ‘혐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는?

2년여 뒤 공정위는 국내 포털의 예상과 다르게 ‘혐의없음’이란 결론을 내렸다. 핵심 이유는 낮은 구글 검색 이용률이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국내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 중 구글 검색자는 10%에 그쳤다. 공정거래법상 독과점남용 행위 금지 조항은 ①‘독점 지위가 인정된 기업’의 반칙 행위로 ②‘피해가 실제로 발생해야 적용’ 가능하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독과점 기업이지만, 그 행위가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으니 독과점남용 행위 금지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기존 판례의 내용이고 공정위의 판단이었던 셈이다.

10년이 훌쩍 흘렀다. ‘애플’을 두고 유사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말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를 불법적인 배타적 행위로 보고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보다 조금 앞선 3월 초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으로 과징금 2조7천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전세계적인 애플의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이를 두고 국내 정보통신(IT)기업들은 공정위가 해외 사업자 규제에 소극적이라며 불만을 드러낸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애플 조사에 뛰어들기 애매한 상황이다. 애플은 미국 시장에선 독점사업자다. 점유율이 50%를 웃돈다. 반면, 국내에선 그 점유율이 25% 수준이다. 독점사업자로 보기 어렵단 얘기다. 국내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은 삼성전자(갤럭시) 존재감 덕택에 애플이 독점적 영향력을 펼치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독과점남용 행위 금지 조항 적용에 필요한 ①번 조건부터 흔들린 셈이다. 구글 공습을 두려워했던 토종 포털이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여전히 주요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모든 영역에서 수성에 성공한 건 아니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빅테크는 국내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 가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유튜브뮤직은 국내 음원시장 절대 강자였던 멜론을 제치고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비결은 ‘끼워팔기’였다.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에 유튜브뮤직을 끼워 파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높였다. 끼워팔기는 공정위가 규제하는 대표적인 독과점 남용 행위다.

지난해 2월 공정위는 유튜브뮤직과 관련된 독과점 남용 혐의로 구글코리아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이미 토종 업체인 멜론은 구글의 반칙행위에 밀려 2등 사업자로 내려앉은 터 였다. 추세를 보면 상황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 쪽은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는 ‘지배적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 행위’를 적시에 제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한다. 공정위 핵심 관계자는 “유튜브뮤직 끼워팔기 행위를 초반부터 파악했고, 면밀하게 모니터링 했지만 조사에 나설 수 없었다”고 말했다. 끼워팔기로 독과점 남용 위험성이 예견됐지만 실제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은 터라(②번 조건) 칼을 빼들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2월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유튜브뮤직 끼워팔기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된 이후에야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뒤집힌 시장을 되돌리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독과점 남용 행위를 제재하려면 독점 사업자 여부 등을 분석(경제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여서 일반 불공정거래 사건과 비교해 결론이 나오기까지 두배 가량 시간이 더 걸린다.

■ 플랫폼 사업 특수성, 플랫폼법 필요한 이유

공정위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미리 지정한 뒤 독과점 남용 행위를 저질렀을 때 입증 책임을 전환해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신속하게 제재하려는 법안이다. 제조·서비스업 등 전통산업과 달리 시장을 빠르게 독점화하는 플랫폼 특성을 반영해 기존 공정거래법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플랫폼법 제정 방침을 발표한 뒤 2월께 구체적인 법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 플랫폼을 규제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법이라고 주장하는 국내 플랫폼 업계와 스타트업들의 강한 반대에 막혀 법안 추진을 연기했다. 법안 제정이 미뤄질수록 빅테크의 독과점남용 행위에 대한 규제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플랫폼법은 지배적 플랫폼의 반칙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고 혁신할 수 있도록 만드는 법”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잘 설득해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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