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이상 노후어선이 ‘절반 이상’… 사고 느는데 손 못쓰는 정부

세종=이신혜 기자 2024. 4. 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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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된 지 15년 이상 ‘노후어선’, 전체 어선 중 절반 이상 차지
어선 사고 요인 중 ‘기관 손상’으로 인한 사고 가장 多
해수부 연근해어선 기반 구축 사업 지원 어선, 단 ‘한 척’
5일 오후 강원 동해시 심곡항 인근 해상서 기관 고장 후 너울성 파도에 맞아 전복된 어선.(동해해경 제공) /뉴스1

지난달 14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 해상. 풍랑주의보도 없던 잔잔한 바다에서 대형 어선이 침몰했다. 139t(톤)급 제102해진호였다. 닷새 전에는 근처 바다에서 20t급 어선인 제2해신호가 전복됐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데, 이들 사고 이유로는 어선 노후화에 따른 선박 결함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두 어선 모두 진수된 지 15년이 넘은 ‘늙은 어선’이었다.

연안해에서 활동하는 어선 중 절반 이상이 해양 사고에 취약한 노후 어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노령화가 빨라지며 사고 가능성도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질 못하고 있다.

17일 해양수산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등록어선(6만4385척) 중 50.4%인 3만2418척이 노후 어선이었다. 노후 어선은 진수된 지 15년 이상 된 배를 의미한다. 전체 등록어선 중 20년 이상 된 노후 어선도 33%에 달했다.

어선의 노령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통계청이 선령별 어선 척수 조사를 시작한 2015년에는 전체 등록어선(6만7226척) 중 41%인 2만7788척만이 15년 이상 노후 어선이었다.

노후 어선은 기계적 결함과 장비 미가동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사고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어난 해양사고 중 선박의 ‘기관 손상’으로 인한 사고는 917건을 기록했다. 2022년(871건) 대비 5.3% 증가한 수치다.

그래픽=손민균

해수부는 지난 2021년 ‘어선안전조업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어선 노후화로 인한 사고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해수부가 연근해어선원 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선안전 위험요인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 27명(37%)이 어선 노후화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출항 시 안전점검 미수행(14명·19%), 비싼 안전설비(13명·18%)가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박득진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는 “노후 어선일수록 기관 손상과 장비 불량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 정기적으로 선박과 항해 장비 등에 대해 검사하고 있지만, 바다 위라는 특수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사고를 다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노후 어선 운항을 막을 방법은 없다. 정부가 선박안전법에 따라 최소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시행 중인 안전 대책이다. 어민 입장에서는 어선을 새로 사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쉽게 배를 바꾸지 못한다. 한 연근해 어업 종사자는 “20t(톤)짜리 배를 하나 사려면 10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하면 오래 쓰는 게 이쪽 업계 관행”이라고 했다.

어민이 고령화하는 상황에서 노후 어선을 새 어선으로 바꾸도록 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해수부는 ‘안전복지형 연근해어선 기반 구축 사업’을 하고 있다. 근해어업 허가를 받은 어선 중 선령 15년 이상 노후어선을 현대화어선으로 대체 건조하는 선주들에게 필요한 자금의 최대 90%(개인 30억원, 법인 70억원)까지 수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 사업의 올해 예산은 18억3000만원으로, 2월 말 기준 3억원 정도가 집행됐다. 기존에 선정된 어선에 대한 지원까지 포함된 금액이라 올해 새로 지원할 수 있는 어선은 한 척 정도에 불과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업예산이 전년도와 같을 뿐만 아니라 금리도 오른 상황이라 신규 지원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2027년까지 전남 고흥에 어선건조센터를 만들어 선주들이 어선을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어선은행 제도를 도입해 선주들이 리스 임대 형식으로 일부 어선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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