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두산 시절엔 없었던 '김태형의 7연패'…경기종료 '2분' 만에 사라진 선수단, 롯데의 우울한 4월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을 당시 '5강'을 외쳤던 김태형 감독. 하지만 선수단 전반의 부진 속에 감독 커리어 첫 7연패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1차전 '엘롯라시코' 라이벌 맞대결에서 2-7로 완패,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롯데는 2022-2023년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총액 170억원을 투자해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를 영입하며 '윈 나우'를 선언했다. 그동안 유망주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조가 변하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지난해 4월을 1위로 마친 뒤 5월에도 상위권 경쟁을 펼치며 훌륭한 스타트를 끊었다. '인기구단' 롯데가 선전하자 KBO리그는 그야말로 들끓었다. 하지만 좋은 흐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롯데는 6월부터 그야말로 거침없이 추락하더니, 후반기가 시작된 후에는 래리 서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떠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그 결과 롯데는 다시 한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에 롯데는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 KBO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명장' 김태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안기며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규시즌 뚜껑을 열어본 뒤의 결과는 너무나도 참혹하다.
롯데는 SSG 랜더스와 개막시리즈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고, 이어지는 KIA 타이거즈와 원정 맞대결에서도 모두 무너지면서 4연패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래도 홈 개막전인 NC 다이노스와 첫 번째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루는 듯했으나 결과는 루징시리즈. 이후 롯데는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승씩을 주고 받은 후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 첫 위닝시리즈를 거두면서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런데 지난주 삼성 라이온즈-키움 히어로즈로 이어지는 6연전에서 모두 패하면서 '꼴찌'로 추락했다.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성민규 단장 시절 영입했던 '170억 트리오' 노진혁-유강남-한현희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상수'가 될 것처럼 보였던 '예비 FA' 구승민과 외국인 원·투 펀치를 비롯한 타선의 부진, 군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강정호스쿨에 다녀온 뒤 타격감이 눈에 띄게 좋아졌던 한동희의 내복사근 부상 등 무엇을 꼽아도 실망스러운 결과의 원인과 직결될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제아무리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명장이 부임했지만, 투·타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은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도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령탑은 16일 경기에 앞서 "대체 선수들은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기존에 해줘야 되는 선수들이 다 좋지 않다. 계속 지면 힘들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대체 선수 위주의 그림을 가지고 가다가 팀이 어느 정도 세팅이 되면 분명히 치고 나갈 수 있는 반등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감추고 긍정적인 시선을 내비치기 위해 애썼다.
LG는 지난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지난주 1승 5패로 롯데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만큼 충분히 맞붙어 볼 만한 매치업이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과 결과는 참혹했다. '사직 예수' 애런 윌커슨이 경기 초반 집중타를 맞으면서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지만, 6이닝 동안 투구수 89구,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해줬다. 문제는 이후에 나온 투수들과 타선이었다.
올해 롯데의 타선은 심각하다. 전날(16일)까지 KBO 유일 '4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빅터 레이예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 타율은 물론 OPS 등 각종 지표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이 지표는 경기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롯데는 5회 전까지 총 두 번의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지만, '해결사'의 등장은 없었다. 그나마 윌커슨이 역투하면서 추가 실점 없이 최대한 대등한 경기를 마련하자,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정훈이 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 경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문제는 이뿐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7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이학주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자 대주자 황성빈을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띄웠고, 정보근이 안타를 쳐내며 동점 찬스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김민석과 윤동희로 이어지는 유망주들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숙이자, 7회말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 4점을 헌납하면서 승기는 LG 쪽으로 기울었다. 8회초 '캡틴' 전준우가 솔로홈런을 터뜨렸지만, 이미 기울어진 경기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 결과가 2-7의 스코어였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지난 2023년 8월 1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8월 27일 사직 KT 위즈전 이후 233일 만에 다시 한번 7연패의 늪에 빠지게 됐다. 이 기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산에서 8시즌을 몸담는 동안 김태형 감독의 커리어 내에서는 단 한 번도 없던 7연패의 기록이 롯데에서 탄생하게 됐다. 두산 시절 김태형 감독의 최다 연패는 지난 2015년 9월 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9월 12일 잠실 KT 위즈전까지 6연패가 최다였다.
무기력한 충격패의 여파 때문이었을까. 롯데의 경기는 오후 9시 16분에 종료됐는데, 약 2분 정도가 흐른 뒤 바라본 롯데가 사용한 잠실구장의 3루 더그아웃에는 그 어떠한 선수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과 1~2분 만에 모든 짐을 챙겨 떠났던 것이다. 그리고 선수단을 실은 구단버스는 9시 30분께 잠실야구장을 벗어났다. 길어지는 부진과 연패 속에서 얼마나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16일 잠실구장을 찾은 前 사령탑 한 명은 "김태형 감독이 우승도 하고 성과를 냈지만, 결국 선수들이 못해주면 방법이 없다. 팀이 잘 나갈 때는 감독이 개입을 하지 않아도 잘 풀린다"고 롯데의 부진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단기전에서는 사령탑의 지략이 빛을 볼 수 있지만, 144경기의 페넌트레이스는 조금 다르다. 단기전처럼 선수단을 운영할 수 없다. 결국은 선수들이 부진에서 벗어나고, 해내야 한다는 것.
부상이 아닌 부진으로 인해 170억 트리오를 모두 2군으로 내려보낼 수밖에 없었던 롯데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분명 쉽지 않았을 터. 이같이 부진한 시기에 역량을 발휘하는 선수야말로 기회를 잡는 것이다. 다른 게 기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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