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업은 네덜란드 총리에 루마니아 대통령 ‘도전장’ [세상을 보는 창]
오랜 경륜의 뤼터 총리, 가장 먼저 출사표
美·英·佛·獨 빅4 등 회원국 3분의 2 지지
요하니스 대통령, 동유럽 안보 강화 강조
헝가리 호응… 튀르키예 등 손들어 줄 듯
트럼프 본격 대선 선거전 땐 간섭 우려도
나토 당혹감 속 7월 이전 합의 선임 주목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누구
핀란드 등 동맹국 합류… 나토 외연 확장
총리 재직 시절에 DJ 노벨평화상 수상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으로 확정됐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임기가 오는 10월 만료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다. 2010년 10월부터 14년 가까이 총리를 지낸 경륜이 최대 강점이다. 네덜란드는 1949년 나토 출범 때부터 참여해 온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뤼터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원조에 앞장섰다.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요구했으나 모두가 제공을 꺼리던 F-16 전투기도 가장 먼저 내주기로 결정했다. 최근 네덜란드 정부는 내년까지 40억유로(약 5조9350억원) 상당의 무기와 군사 장비 등을 추가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단 뤼터 총리 대세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동유럽 일부 국가들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고 호소한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동유럽 국가 출신 외교관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뤼터 총리를 방해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만 누군가는 뤼터 총리에게 ‘러시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가 가하는 안보 위협에 직면한 동유럽 국가들에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동유럽 출신 나토 사무총장 후보가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 못 미치는 나토 동맹국들을 겨냥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무임승차자’라는 비난을 일삼고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토 관련 언급은 더욱 거칠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그가 자신과 뜻이 통하는 색다른 인물을 나토의 새 수장에 앉히려고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 때문에 나토 내부에는 후임 사무총장이 가급적 빨리 확정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간섭할 빌미를 없애야 한다는 기류가 있는 게 사실이다.
나토를 이끄는 미국도 새 사무총장 선임과 관련해 동맹국들의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7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릴 나토 창립 75주년 기념 정상회의 이전에 후임 사무총장을 결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 러 ‘우크라 침략’ 맞서 나토 단결 이끌어
불안정해진 국제정세가 원인이지만 그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나토 동맹국이 늘어나 총 32개국이 됐다. 몬테네그로(2017년), 북마케도니아(2020년), 핀란드(2023년), 스웨덴(2024년)이 신규 회원국이다. 이 중 핀란드와 스웨덴이 가입하는 과정에서는 튀르키예의 반대 등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 끈질긴 설득을 펼친 끝에 결국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성사시켰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가 노르웨이 총리로 재직하던 2000년 김대중(DJ)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 참석차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한 DJ와 정상회담을 갖고 수상을 축하했다. 회담에 배석한 김하중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햇볕정책’을 펼치던 DJ는 그에게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하라”고 권유했다. 노르웨이는 1973년 북한과 수교했으나 평양에 상주 대사관은 두지 않고 있다. 이에 그는 ‘노르웨이는 인구가 500만명 정도인 작은 나라로 세계 모든 나라에 공관을 설치하긴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월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 등과 만났다. 우리 외교안보 당국자들을 상대로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지원을 늘려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나토의 협력을 특히 강조하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나토는 7월 미국에서 열릴 정상회의에도 윤 대통령을 초청한 상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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