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그라운드서 여성 주심으로 ‘한국 대표급 판정’ 보여준다[파리 올림픽 D-100]
2012년 홍은아 심판 이후 처음
김유정 심판(35)은 ‘휘슬’을 잡을 때부터 꿈꾸던 무대에 초대를 받았다.
김 심판은 지난 3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파리 올림픽 축구 종목의 심판 89명(주심 21명·부심 42명·비디오판독(VAR) 심판 20명·보조 심판 6명) 가운데 주심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 심판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그와 박미숙 부심이 유이하다.
김 심판은 지난 12일 전주시 전북 유나이티드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올림픽 개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면서 “호주에 살고 있는 (박)미숙 언니와 함께 한국을 대표해 매끄러운 판정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몸을 만들고 있다”며 웃었다.
한국이 올림픽 축구 심판을 배출한 것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의 홍은아 심판 이후 처음이다.
김 심판은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는 심판이다. 2018년 처음 국제 심판 휘장을 얻은 이래 16세 이하 여자 아시안컵 1차예선을 시작으로 숱한 국제 대회를 누비며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선 여자실업축구 WK리그뿐만 아니라 남자 세미프로리그인 K3리그, 코리아컵 등에서 심판으로 활약한다. 2022년 6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평가전에선 대기심으로 나서면서 남자 A매치까지 경험했다.
김 심판이 남자 경기에 나설지 여자 경기에 나설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FIFA 올림픽 심판 테스트가 남았는데 40m 달리기를 6회 반복하는 쇼트 스프린트의 경우 남자는 5.8초, 여자는 6.3초 안에 통과해야 한다.
김 심판은 “몸 상태가 좋을 때는 남자 기록도 도전할 만하다. 5월3일 예정된 테스트에서 몸 상태에 따라 남자 기록까지 도전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심판은 자신의 올림픽 참가가 심판을 넘어 잠시 꺾인 여자축구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여자축구 전문 선수는 10년 전인 2014년(1765명)보다 15%가량 줄어든 1570명(2023년 8월 기준)에 머물고 있다.
김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는 날에는 전주에서 성인 여성과 초등학교 여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도 맡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들을 풀뿌리에서 지원하는 게 목표”라며 “아직 여자축구에선 올림픽에 참가한 일이 없다. 심판으로 다녀온 뒤에는 아이들에게 올림픽 현장의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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