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라고 이 돈 주는게 아닌데..샌프란시스코, ‘올해의 보라스 피해자’ 되나[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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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올해의 피해자'는 샌프란시스코일까. 초반 분위기는 그렇게 흐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4월 16일(한국시간)까지 시즌 7승 10패를 기록했다. 승률 0.412.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다. 사실상 리그 최약체 팀이라 볼 수 있는 콜로라도 로키스(승률 0.235)가 있는 지구인 만큼 최하위로 떨어질 걱정은 없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시작은 아니다.

2021-2022시즌 2년 연속 위닝시즌을 기록한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승률 0.488에 그쳤고 올시즌에 앞서 상당한 투자를 감행했다. 트레이드 시장에도 적극적이었지만 FA 시장에서도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스캇 보라스와 적극적으로 거래했다.

12월에는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3월에는 3루수 맷 채프먼과 3년 5,400만 달러, 좌완 투수 블레이크 스넬과 2년 6,2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채프먼과 스넬은 옵션이 있지만 세 선수에게 투자한 총액이 2억2,900만 달러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세 선수가 투타의 핵심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보이는 모습은 전혀 기대와는 상당히 동떨어져있다. 특히 두 베테랑 선수의 모습이 실망스럽다.

신인인 이정후는 '특급 기대치' 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리그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데뷔 첫 16경기에서 .258/.311/.333 1홈런 5타점 2도루를 기록했고 삼진 7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 6개를 골라냈다. KBO리그 시절에 비해 타율과 장타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타자로서 점차 빅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해가고 있다. 최근 7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한 때 정확히 2할까지 떨어졌던 타율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중견수로서 수비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지만 리드오프로서 충분히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문제는 두 명의 베테랑이다. 에이스 역할을 맡아줘야 할 스넬과 중심타선을 책임져야 할 채프먼은 처참한 성적을 쓰고 있다.

보라스의 '배짱 전략'이 통하지 않으며 시즌 시작이 늦었던 스넬은 합류 후 두 경기에 선발등판했다. 2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7이닝 2패, 평균자책점 12.86.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의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치다.

팀 데뷔전에서 3이닝 3실점 패전을 떠안은 스넬은 두 번째 등판에서는 '친정'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4이닝 7실점으로 붕괴했다. 원래 기복이 심한 투수인 스넬은 좋지 않을 때의 모습만 연속해서 보이고 있다. 평균자책점만 보면 리그 최악의 투수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다. 당연히 샌프란시스코 선발진 중 최악의 성적이다.

채프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전 3루수이자 중심타선을 맡고 있는 채프먼은 시즌 17경기에 출전해 .188/.243/.348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적지 않지만 비율 지표가 최악이다.

타율 0.188은 4월 16일(한국시간)까지 규정타석을 충족시킨 189명의 타자 중 162위다. OPS 0.591 역시 전체 151위. 리그 평균을 한참 밑도는 성적. 비율지표만 보면 수비는 뛰어나지만 공격은 기대하지 않는 '멘도사 라인' 선수처럼 보일 정도다. 리드오프 이정후부터 시작되는 상위타선이 준수한 샌프란시스코지만 중심타선의 채프먼이 공격의 맥을 끊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일 뿐이고 두 선수 모두 세이버 매트릭스 기대지표는 준수하다.

스넬의 경우 삼진율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기대 평균자책점이 3.97로 실제 평균자책점보다 훨씬 낮다. 허용한 타구 질을 고려한 기대가중출루율도 0.314로 다소 높지만 리그 평균(0.315)보다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허용한 평균 타구 속도(87.4마일), 강타 허용율(28.6%)도 모두 리그 평균보다 훨씬 뛰어난 수치다. 두 번의 등판에서 제구가 흔들린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 스넬은 정교하게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지난시즌에도 최다 볼넷을 허용하며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불운한 경기가 초반에 몰아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채프먼 역시 타구 질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시즌 날린 타구의 평균 속도는 무려 시속 94마일로 리그 상위 6%에 해당했다. 강타비율도 55.1%로 역시 상위 6%. 14.3%의 배럴타구 비율도 여전히 뛰어나다. 채프먼의 올시즌 기대 타율은 실제 타율보다 훨씬 높은 0.249. 기대 가중출루율(xwOBA) 역시 리그 평균보다 높은 0.331로 지난해(0.337)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헛스윙은 줄었고 컨택율은 높아졌다. 통산 0.293인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가 올시즌 0.208인 것까지 감안하면 초반 부진은 그저 불운 때문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기대지표는 어디까지나 기대지표일 뿐 실제 성적이 아니다. 아무리 기대지표가 뛰어나다고 해도 실제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시속 100마일짜리 직선타 100개를 친 선수보다 빗맞은 안타 100개를 친 선수의 결과가 훨씬 뛰어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결국은 결과를 내야하는 것이 선수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는 '보라스의 고객'인 카를로스 로돈을 6년 1억6,200만 달러 계약으로 영입했다. 로돈은 불안요소가 굉장히 큰 선수였지만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그리고 로돈은 모든 불안요소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사실상 수준 이하의 선수로 지난해 한 시즌을 보냈다. 올시즌 초반 성적이 준수하지만 여전히 많은 불안요소가 남아있다. 지난해 양키스는 최대의 '보라스 피해자'였다.

보라스는 이번 오프시즌 불안요소로 가득한 선수들을 두고 구단들에 지나친 요구를 했고 이는 FA 최대어들 중 상당수가 '정상 일정' 내에 계약하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스넬도 그 중 하나였다. 구단들은 지난해 로돈과 같은 '뒤통수'를 맞고싶지 않았고 보라스와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그렇게 보라스의 고객들은 이번 오프시즌 계약 규모가 줄어들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보라스의 고객들을 다수 영입했다. 그리고 아직 초반이지만 현 시점에서 성적표는 만족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모습이라면 차라리 더 연봉이 낮았던 '전임자'들을 그대로 데리고 있는 것이 나았을 지경이다. 과연 샌프란시스코가 '올해의 보라스 피해자'로 남을지, 아니면 기대지표들처럼 반등하며 투자 성과를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위부터 맷 채프먼, 블레이크 스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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