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덮친 여성안심귀갓길... 우린 늘 불안 속에 삽니다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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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373곳 지정 불구 위험 노출
警 “미흡한 곳 점검… 시설개선”
“불이 꺼져 깜깜한 여성안심귀갓길을 어떻게 안심하고 다니나요?”
지난 15일 오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매교동 일대.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된 이곳은 누가 지나가도 모를 정도로 어두웠다. ‘안심귀갓길’이라고 쓰인 로고젝터 불빛은 트럭, 지게차 등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보이지 않았으며 설치된 LED 조명은 꺼져있었다. 더욱이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반사경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 주민 김지영씨(가명·29)는 “이른 저녁만 되도 사람도 없고 너무 깜깜해서 항상 뒤를 돌아보며 집에 간다”며 “안심귀갓길이라고 쓰여있지만 하나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불안해서 큰 길로 돌아갈 때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6일 오전 11시께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의 한 주택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바닥엔 안심귀갓길이라는 표식이 새겨져 있었지만 조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엔 가로등 조차 없어 초저녁 시간대에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라는 소문은 지역주민들에게 퍼진 지 오래다. 그나마 전봇대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었지만 쓰레기 더미로 가려져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여성의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해 조성된 여성안심귀갓길이 방치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매년 경기지역 여성안심귀갓길에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관리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여성안심귀갓길은 범죄 사전 차단을 목적으로 폐쇄회로(CC)TV, 안심 벨, 로고젝터, LED 조명, 안심 반사경 등 범죄 예방 시설물이 설치된 거리다.
경찰과 각 지자체는 지난 2013년부터 여성안심귀갓길을 운영 중이며 경기지역엔 총 373곳이 지정돼 있다. 이러한 여성안심귀갓길엔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 기준 도내 여성안심귀갓길에 활용된 예산은 약 6억5천만원으로 전년도(약 4억4천만원) 대비 2억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도내 현장에선 시설 등에 대한 관리가 미흡해 여성안심귀갓길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관리가 소홀해진 여성안심귀갓길은 오히려 범죄 위험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며 “주민들의 만족도 조사를 해 효과를 점검하고 시설물을 개선해야 하며 여성안심귀갓길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시설이나 환경이 미흡한 곳에 대해서는 현장점검을 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며 “여성안심귀갓길과 범죄 취약지를 재정비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박소민 기자 so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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