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3년이 더 걱정…김건희·이종섭 언급도 없다니”

이주현 기자 2024. 4. 1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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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 뒤 첫 공식입장에 시민들 실망감
“열심히 했는데 국민이 몰라줘 섭섭하다는 투”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생중계 머리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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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총선 참패 뒤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이 기존 국정운영 방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자,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생중계된 국무회의 머리발언을 통해 “민심을 경청하겠다”면서도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데 대한 사과나 이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쇄신책을 내놓지 않았다.

시민들의 첫 반응은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달라지지 않은 데 대한 놀라움이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유아무개(45)씨는 “너무도 분명한 정권 심판 메시지를 받아들고도 ‘정부 정책 방향은 옳았으나 국민이 몰라줬다’는 말만 반복하더라. 담화를 보고 나니 앞으로 3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 늘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아무개(40)씨는 “바짝 엎드려 머리를 숙여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내가 이건 잘했다’를 장황하게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력이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는 데 충격 받았다”고 했다.

2022년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던 30대 공무원 정아무개(경남 창원)씨는 “심지어 전 정부의 잘못을 고치려고 애썼는데 국민이 몰라줘서 섭섭하다는 투였다.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라고 하던데, 그 말은 결국 자기 마음에 드는 말만 골라서 듣겠다는 소리 아닌가. 그냥 하던 대로 쭉 가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한 50대 자영업자는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본인 잘못이다. 생중계 보다가 텔레비전 부술 뻔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충분하지 않았다” “노력이 부족했다” “전달이 미흡했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정작 애초 잘못 설정한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을 안 하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민심은 국정 기조가 잘못이라는 걸 표로 보여줬는데 이를 바꿀 생각은 없고 민심을 더 듣겠다고만 하니 앞으로 정쟁이 더 심해질 것 같다. 너무 걱정스럽다.”(경기 남양주 거주 프리랜서) “포퓰리즘·카르텔·마약 등 힘주어 말한 단어는 윤 대통령이 계속 꽂혀 있던 단어들이다. 심지어 공직 기강도 강조하던데, 그건 ‘나는 잘하는데 밑에서 안 도와준다’는 의미 아니냐”(대전 거주 50살 남성)

시민들은 특히 정권심판론을 타오르게 만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 등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 회사원 안아무개(40)씨는 “윤 대통령이 계속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하는데 세심한 영역이 무엇인지, 뭐가 부족한지 전혀 안 드러났다”며 “이종섭 대사·김건희 여사 건 등 총선 패배 원인이 된 사건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으니 반쪽 담화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급박한 현안인 의대 증원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실망이 표출됐다. 회사원 임아무개(43·인천 서구)씨는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2000명이란 숫자를 못박아 놓고 절대 양보 못 한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의료 현장도 한계에 이르렀고, 과도한 전공의에 의존하는 실태가 드러난 만큼 의사들과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책을 논의하려는 시도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회사원 이아무개(33·서울 관악)씨도 “의사들이 집단행동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의대생을 2천명 늘리는 것은 무리하다는 지적도 있지 않느냐. 나도 의사 증원에 찬성하지만 의료개혁이 숫자 내건 캠페인처럼해서 될 일이 아니다. 돌파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면 현실적 타협안을 만들어야 할 텐데 그런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대선은 물론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던 이들조차 평가가 싸늘했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이번에 투표를 포기할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투표소에 나갔다”는 최아무개(64·서울 도봉구)씨는 “그래도 자신이 거부권(법률안 재의 요구권) 9번 사용한 것,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까지 거부한 데 대해 뭐라도 한마디 할 줄 알았다. 특검 안 하려면 어떤 수단으로 진실을 국민에게 설명할지 대안이라도 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직장인(54)은 윤 대통령의 물러섬 없는 태도를 걱정하면서 “이번에 민심을 확인한 만큼 허심탄회하게 야당 대표와도 소통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주현 기자, 각 부서 종합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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