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앞 아니라 비공개 자리서 “죄송” 말했다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며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고 했다. 그동안의 국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보기 힘든 내용이었다. 이런 반응을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나중에 발표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국민 앞에 하지 않고 자신들만 있는 자리에서 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김건희 여사 문제, 해병대원 사망 사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오만과 독선, 불통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 문제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현안으로 부상하게 돼 있다. 회피하고 외면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정작 국민이 듣고 싶은 중요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니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는 입장 발표의 내용이 소통 부족이었다는 비판을 듣게 됐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파행 사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야당과의 협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없다. 국회 절대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대통령이 여전히 내가 맞는다고 우기며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은 험난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은 국민 지지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추진하기 힘들다. 24차례 민생 토론회에서 내놓은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해병대원 수사 외압과 김건희 여사 특검으로 파상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특검에 대해 찬반 양론이 나온다. 과거처럼 일사불란하게 윤 대통령 지시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가시밭길을 헤쳐가려면 국민을 직접 설득하고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오만과 불통에서 벗어나 낮은 자세로 이해를 구하고 대화 정치에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회의에서 “저부터 잘못했다”고 했다는데 진심이어야 한다. 총선에 지고도 바뀐 게 없다고 국민이 느끼면 국정은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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