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코미디가 만드는 K-코미디 ‘Ver 3.0’[스경연예연구소]
지난해 11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코미디쇼 ‘코미디 로얄’의 한 장면. 1라운드 각자 짜온 개그를 내놓는 장면에서 ‘TEAM 정영준’의 멤버 곽범과 이재율이 원숭이가 교미를 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짜와 선보였다.
순간 녹화 스튜디오는 찬물을 끼얹은 듯 싸해졌으며, ‘TEAM 이경규’의 마스터로 합류한 베테랑 개그맨 이경규는 노발대발 화를 냈다. 하지만 정영준 마스터는 좌중에 “이러한 개그는 MZ세대에서 좋아한다”는 말로 출연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정영준 마스터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레이블화된 코미디언 크루를 선보이는 거의 첫 번째 회사 메타코미디의 수장이다. 그는 CJ ENM을 거쳐 YG엔터테인먼트의 코미디팀 팀장을 거쳐 샌드박스 네트워크에서 일했으며, 2021년부터 메타코미디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의 등장과 메타코미디의 성장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가 장르들의 성장은 과연 대한민국 코미디계에서는 ‘버전 3.0’으로 불릴 수 있을 만한 변화였다. 과거 스튜디오 코미디를 통해 콩트를 선보이고, 관객을 불러 짜놓은 공연을 보여주는 시대가 ‘1.0’이었다면, 1999년 KBS2 ‘개그콘서트’의 시작으로 생겨난 공연과 코미디의 적극적인 결합은 ‘2.0’으로 불렸다.
물론 그 시대부터 공연 코미디는 있어왔지만 거의 방송사의 코미디 코너를 방송사의 밖으로 옮겨놓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메타코미디의 그것은 달랐다. 코미디 콘텐츠를 디지털화해 먼저 유튜브의 영상이나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을 통해 저변을 넓혔고, 재능이 있는 크루원들을 스타로 밀어 올렸다.
그리고는 지난해 12월부터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이하 메코클)을 설립하고 오프라인 공연에도 돌입했다. 아직은 장르가 적지만 그들이 선보이는 만담과 스탠드업 코미디는 즉흥적이면서 기존의 방송사 선을 넘는 수위가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나 성적으로, 기존 체제의 상식에서도 벗어나는 과감함을 겸비하고 있다.
이들이 코미디를 또 다른 버전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장르적 차이와 그 내용에도 있지만, IP(지식재산권)의 생산 그리고 그 주체, 이를 전파하는 방법 등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코미디 관련 업체들의 ‘밸류체인’은 하청업체를 자임하는 역할에서 나왔다. KBS2 ‘개그콘서트’, MBC ‘개그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 공개 코미디가 20년 가까이 유행하던 동안 코미디 관련 콘텐츠 업체나 매니지먼트사들은 철저히 방송의 시스템에 종속되는 길을 택했다. 어차피 인기를 얻는 통로가 지상파 TV로 노출되는 것 외에는 없었기에 다분히 그 IP는 방송사에 있었다. ‘개그콘서트’로 인기를 얻더라도 외부 공연에서는 이 명칭을 쓸 수 없었으며, 캐릭터들 역시 제작진의 허가로 인해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주일을 통으로 쓰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특성상 개별 아티스트가 다른 일을 해볼 여유가 없었다. 외부 인터뷰라도 잡을라치면 제작진의 ‘불호령’이 떨어질 경우 밖으로 나설 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은 tvN ‘코미디빅리그’를 통해 조금씩 완화됐으며, 개별 코미디 아티스트들은 자율적인 일정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도 공개 코미디의 비중을 줄일 뿐 다른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TV로의 종속은 여전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티스트들은 개별적이 유튜브 채널을 갖고 움직인다. 메타코미디에도 ‘숏박스’ ‘피식대학’ ‘빵송국’ ‘스낵타운’ 등 인기 유튜브 채널들이 같이 움직인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내 TV로 가져가는 대신 유튜브에 올리고, 이 같은 캐릭터는 그들을 스타로 밀어 올린다.
이를 통해 부가사업을 하고, 공연을 해서 그 수익과 인지도도 같이 올릴 수 있다. 또한 메코클에서 이뤄지는 공연은 거의 만담과 스탠드업 코미디 중심이다. 이는 과거의 콩트 스타일의 개그와 달리 마이크 하나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가성비’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게다가 메코클은 다양한 주류와 안주 등을 판매해 부가수익도 남긴다. 이 역시 대학로로 상징되는, 기존 영화관과 큰 차이가 없는 코미디 극장들과의 차이다.
정영준 대표는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코클’에 대해 “성수, 강남, 부산 등 더 많은 지역으로 뻗어 나갔으면 한다”면서 “일본이나 미국 등 코미디 전문 극장들이 활발하게 개설된 곳은 한 도시에 20여 개 이상의 유명 공연장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그의 전국, 글로벌로의 진출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그는 거기에 2인극인 만담, 1인 체제의 스탠드업 코미디와 다른 ‘즉흥 연기’ 임프라브(IMPROV)와 일본 스타일의 1인극 ‘라쿠고(落語)’ 등도 한국식으로 들여올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 우리가 세계적인 대세라고 믿는 K팝 역시도 국내에서 댄스 뮤직의 태동, 아이돌 산업의 발견, 아이돌 가수의 세계화 등 단계에 맞는 발전을 거쳤다. K코미디 역시 세계적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정해진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성장의 토대가 필요하다. 메타코미디의 등장은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코미디의 ‘버전 업’을 기대할 수 있는 시초의 역할이 유력하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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