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이상훈]택시기사 부족에 승차 공유 빗장 푼 日… 반발 고려해 운행시간 제한
이달 8일 日수도권서 시범 개시… 택시 앱으로 부르면 무작위 배차
부족 택시 수 산출해 지역 할당… 출근 시간대, 주말 등에만 허용
택시회사 반발 우려 제한 실시… 업계 인력난에 외국인까지 활용
● 택시 호출 앱으로 이용 가능
8일 오전 도쿄 에도가와구의 택시회사 ‘일본교통’ 영업소. 사이토 데쓰오(齊藤鐵夫) 일본 국토교통상,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등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첫 승차 공유 서비스 개시 행사가 열렸다. 고노 디지털상은 “일단 시도해 보고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봤으면 한다”며 “그런 뒤 개선할 부분은 조금씩 바꿔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일본 국토교통성이 4월부터 승차 공유를 허용한 뒤 처음으로 열린 개시 이벤트다. 택시 영업소 주차장에는 도요타 프리우스나 영국 미니(MINI) 등 지붕에 택시 표시가 없는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대신 차량 앞 유리창에 일본어와 영어로 ‘라이드 셰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일본에서 일반 자가용 승용차는 한국처럼 흰색 번호판이 부착된다. 불법 영업을 하는 자가용은 ‘백색 택시’라고 부르며 엄격히 막아 왔다. 이달부터 도쿄, 요코하마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행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다음 달엔 오사카와 삿포로, 후쿠오카, 히로시마 등 주요 지방 대도시에서도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승객은 한국 카카오T와 유사한 일본 택시 호출 앱 ‘고(GO)’ ‘에스라이드’ ‘우버’ 등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버에선 ‘자가용 택시’를 선택하면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일본 앱에선 승차 공유 서비스만 이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택시만 이용하거나 승차 공유를 포함해 호출하겠다는 선택지만 있다. 예를 들어,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무작위로 주변에 있는 택시나 승차 공유 차량이 지정된다. 승차 공유 차량이 와도 요금은 택시와 같고 현금 결제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기자가 11∼13일 사흘간 택시 앱으로 4번 호출해 봤더니, 승차 공유 차량은 한 번도 지정받지 못했다. 도쿄의 전체 택시 수는 약 4만1200대. 평일 오전에 허용된 공유 승차 서비스 차량이 100% 운행을 해도 전체 택시의 4% 남짓에 불과하다. 택시업체 관계자도 “이제 막 시작 단계라서 앱으로 호출하면 거의 일반 택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길에서도 ‘라이드 셰어’ 표시 차량은 한 번도 마주치질 못했다. 승차 공유 서비스가 시작은 됐지만, 아직 피부로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 제한된 시간에만 허용
승차 공유 서비스의 운행 관리도 기존 택시회사가 맡는다. 최근 2년간 사고 경력이 없는 차량 소유자가 기존 법인택시 회사와 계약을 맺어야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 회사는 승차 공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없다. 운전대를 잡기 전 음주 여부 체크를 비롯해 각종 서비스 고지와 운전자 교육, 근무 관리 등도 택시회사와 기사의 몫이다.
승차 공유 차량이 승객에게 받는 요금 역시 택시회사로 들어간다. 승차 공유 기사는 회사로부터 시급을 받는다. 도쿄 택시회사 ‘일본교통’은 1시간당 시급 1400엔(약 1만2500원)과 매출의 일부를 준다. 다만 일본은 사납금 제도가 없다.
운행 가능 시간 및 요일도 엄격히 제한돼 있다. 도쿄의 경우 평일은 오전 7∼10시에 한해 최대 1780대, 금요일 밤 12시∼토요일 오전 4시에는 2540대만 영업을 허용한다. 관광객이 많은 교토는 금∼일요일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택시 호출 앱 데이터를 토대로 각 지역의 부족한 택시 수를 산출해 주요 택시회사에 공유 승차 서비스 가능 대수를 할당했다.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승차 공유 서비스에 나선 한 운전사는 “자투리 시간에 잠깐 하는 부업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주업으로 삼을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주요 택시회사와 제휴를 맺은 우버저팬은 최근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 배달원을 상대로 승차 공유 운전사 의향 조사에 나섰다. 1000여 명이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 고질적 인력난에 외국인 허용도
일본이 서비스는 도입했지만 이처럼 많은 제한을 둔 것은 한국 등에서 승차 공유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이 벌어지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택시회사가 관리한다는 조건으로 승차 공유의 첫발을 뗐다.
일본이 승차 공유를 도입한 근본 이유는 일손 부족이다.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한국보단 다소 사정이 낫다고 하지만, 일본 역시 고된 노동에 비해 임금이 낮아 택시업계는 고질적으로 인력난에 허덕여 왔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06년 38만 명이던 전국 택시기사 수는 2022년 22만 명으로 40%가량 감소했다. 택시기사의 평균 급여는 월 29만 엔으로 일본 전체 평균 임금(월 34만 엔)보다 낮다.
택시 운전사 평균 연령이 60세가량일 정도로 고령화도 심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운전대를 놓은 택시기사의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택시 이용자 수는 크게 늘어나 택시기사의 확보는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6월부터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허용할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택시회사는 전면 허용을 반대하고, 스타트업 업계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등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승차 공유 확대와 함께 일본에서는 시간대 및 요일에 따라 요금을 차별화하는 이른바 ‘다이내믹 요금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택시, 버스 등 운수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허용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현재 외식업, 간호, 숙박 등 12개 분야에만 허용한 ‘특정기능 1호’ 비자 업종에 자동차 운송을 포함시켰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버스, 택시, 트럭 등 운수업에 종사할 외국인 2만4500명을 받는다. 특정기능 1호 비자를 받으면 5년간 일본에 체류할 수 있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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