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넘어진 아이는 울지 않는다’[벗드갈 한국 블로그]
코로나 이전 교육 현장에 들어가 문화와 역사 강의를 5, 6년 이상 해본 경력이 있다. 한국 사회 및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은 한국 사람들이 대체로 인사성이 바르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드라마 속 ‘선배님, 선배님’ 하는 호칭 때문에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면서 가장 사용하기 어렵고 많이 틀리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존댓말’이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이렇듯, 한국은 텔레비전에서나 교과서에서나 예의와 인사성을 매우 중요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교육 현장에서 몇 시간씩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대답했던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다수다. 몽골에 ‘좋은 말은 망아지 때부터 다르고, 좋은 사람은 아기 때부터 인성이 좋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필자는 궁금하면 꼭 주변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성격이라 학생들의 돌변하는 태도가 과거에도 존재했는지 알아본 결과 이 또한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수백 년 동안 유지해온 한국인의 인사성과 예의 바른 태도가 점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저출산만이 원인이 아니며, 자기 아이가 최고이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 때문에 생겨난 것 같다. 즉, 아이가 놀다가 다칠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호자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활발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데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을 더 선호하는 젊은층이 나날이 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견뎌내는 인내심과 참을성이 어디로 갔나 싶을 때가 있다. 물론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들인 경제적 지원에 비해서 소득이 적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또 부모가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무리한 꿈과 목표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사연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10대 후반부터 지내기 시작해 20대, 30대를 맞이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 생활을 하면서 이해하게 된 것들도 있지만, 이런 과잉보호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미래가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몽골에서 아이를 키울 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속담으로 ‘스스로 넘어진 아이는 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워온 지 어언 12년, 과거와 오늘을 비교해 보며 떠올리게 되는 속담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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