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라는 걸 처음 봤어요” 농어촌 초등학교 함박웃음

배현정 기자 2024. 4. 1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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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라는 걸 처음 봤어요. 테레비에서 봤던 영화들하고는 많이 다른데, 어른 되고도 못 잊을 거 같아요."

수도권 등에 견줘 독립영화 관람 기회가 적은 울산 지역 학생을 위해 작품을 엄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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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UMFF 공동 기획 영화 수업
지난 15일 오전 9시40분께 울산 남구 월평초등학교에 ‘찾아가는 움프극장’이 열린 모습. 배현정 기자

“독립영화라는 걸 처음 봤어요. 테레비에서 봤던 영화들하고는 많이 다른데, 어른 되고도 못 잊을 거 같아요.”

지난 15일 울산 남구 월평초등학교 시청각실. 영화관으로 깜짝 변신한 이곳에서 체코 독립영화 ‘데데에게’를 본 김경미(8)양이 눈물을 글썽였다. 나이 많은 반려견 데데를 떠나보낸 뒤 소년이 겪는 감정 변화를 담은 9분 분량의 짧은 영화다.

데데에게가 끝난 뒤 시청각실 중앙에 설치된 빔프로젝터가 스크린을 향해 다시 한번 빛을 뿜기 시작했다. 이번 상영작은 전승배 감독 ‘건전지 아빠’. 모기에게 물려 퉁퉁 부은 아빠 역을 맡은 배우 얼굴이 나오자 아이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은 이내 영화에 집중했다.

“자, 모두들 부모님한테서 받은 사랑을 떠올려볼까요?” ‘건전지 아빠’ 상영이 끝난 뒤 영화 해설사 이서하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아이들이 바로 호응했다. “엄마, 아빠!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앵무새 카페에 데려가 주셨어요.” “할머니. 저를 항상 따듯하게 안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32분께 울산 남구 월평초 시청각실에 열린 ‘찾아가는 움프극장’에서 차윤아(8)양이 프힐리페 카스트네르의 ‘데데에게’(2023) 영화가 끝나고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배현정 기자

울산 지역 학교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움프극장’의 올해 첫 막이 이날 울산 남구 월평초에서 올랐다. 움프극장은 울산시교육청과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움프)가 공동으로 기획한 영화 수업 프로그램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소감을 나누는 ‘함께 나누는 움프극장’의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상영작은 상업영화가 아닌 움프영화제 출품작이며, 독립영화가 주를 이룬다. 수도권 등에 견줘 독립영화 관람 기회가 적은 울산 지역 학생을 위해 작품을 엄선했다. 전소현 움프 홍보책임매니저는 “울산에는 영화관이 8곳에 불과하다. 상업 영화가 상영되는 곳도 많지 않은데, 하물며 독립영화 작품은 더 접하기 힘든 환경”이라며 “영화 상영 시간, 구성 방식, 장르 등이 다양한 독립영화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찾아가는 움프극장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움프극장은 지난 15일 시작해 다음달 말까지 울산의 초등학교 9곳, 1453명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올해로 4회째인데, 지금까지 울산 초·중학교 60곳에서 1만171명이 국내외 독립영화를 감상했다. 특히 울산에서 영화관이 유일하게 없는 울주군에서만 초·중학교 28곳에서 움프극장이 열렸다.

배현정 기자 spr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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