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달리 부른 북한…통일부 “김정은, 선대 후광 벗기”
통일부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 명칭을 ‘태양절’에서 ‘4·15’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16일 밝혔다. 명칭 변화는 집권 13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정치적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란 추정이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김일성 생일(4월15일)을 맞아 진행된 여러 정황을 보면 이름이 바뀐 것으로 잠정 판단한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전날 1면 제호 아래 ‘경축’ 소제목에서 이전까지 써오던 ‘태양절’ 표현을 ‘4·15’로 대체했다. 같은 날 지면 전체를 통틀어 ‘태양절’ 표현은 기사 1건에만 썼고, 이날자에는 아예 쓰지 않았다.
북한은 김 주석 사망 3주기를 맞은 1997년 김 주석의 생일을 ‘태양절’로 제정하고 김 주석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1년’으로 하는 주체연호를 만들었다. 이후 매년 김 주석 생일을 태양절로 기념했으나 올해 2월17일을 끝으로 약 두 달간 관영매체에서 태양절 용어가 사라졌다. 당일인 15일에 한 차례 등장했으나 다음날 다시 사라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공식매체가 김일성 생일을 ‘4·15’ 또는 ‘4월 명절’ 등으로 부르고 있다”며 “(태양절을) 의도적으로 대체하거나 삭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선대 이미지 의존을 벗어난 김 위원장의 홀로서기 일환이거나 사회주의 정상 국가와 추세에 맞추어서 신비화 표현 사용을 자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2019년 3월 ‘선전일꾼’에 보낸 서한에서 “수령(김일성)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가리게) 된다”고 한 바 있다.
태양절 용어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도 올해 2월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이후 쓰이지 않고 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태양절 용어 사용을 자제한 기간이 두 달에 불과하므로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려면 내년 김정일 생일 이후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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