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급 폭락”...1400원 깨진 원화값, 더 떨어진다고?
경제위기급 환율 기록한 한국
이례적인 구두개입도 역부족
아시아 통화중 하락폭 가장 커
엔화 34년만에 154엔대 찍어
PF·내수부진·정책 불확실성
내부 요인도 원화값 약세 영향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0.5원 내린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은 이날 1389.9원에서 출발해 하락폭을 키우며 오전 11시30분쯤 1400.0원에 거래됐다. 원화값이 장중 14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22년 11월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또 원화값이 달러당 1400원대로 진입한 것은 IMF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채권시장 불안 사태 이후 이번이 네번째이다.
이날 원화값이 수입물가 등에 경고음을 날리는 ‘1달러=1400원’까지 급락한 건 기본적으로 글로벌 킹달러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해 예측치(0.3%)를 두배 이상 웃돌았다. 예상을 웃도는 소매판매 지표가 나오면서 미국이 금리 인하를 더 미룰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4.663%까지 치솟기도 하며 전날 대비 0.074%포인트 오른 4.61%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13일(4.638%) 이후 최고치다. 미국 금리 인상은 미국 달러 강세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6.34로 작년 11월1일(106.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던 12일(106.24)보다 더 높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대비 외환시장 쏠림 현상이 강하지는 않았다고 보이지만, 킹달러와 중동발 악재 등으로 원화값 1380원대가 뚫리면서 ‘묻지마’ 달러 매수 심리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통화가 모두 약세지만 유독 원화 가치 하락세가 두드러지다는 점은 외환당국 입장에서 골칫거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6일 오전 11시 기준 달러 대비 원화 가치(1398.83원)는 5일 전에 비해 3.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1.7%), 태국 바트화(-1.4%), 중국 위안화(-0.1%)보다 낙폭이 두드러지게 크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11개 아시아 주요 통화 중 가치 하락폭이 가장 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달러와 아시아 통화 약세 등 외부 요인 외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를 비롯해 유가 불안에 따른 내수 경기 둔화 가능성, 총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 등 대내적인 리스크가 총체적으로 원화 약세에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순매도세를 이어나가며 2720억원을 팔아치웠다.
1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도 장중 한때 154.50엔까지 밀리면서 1990년 6월 이후 3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 약세의 핵심 요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라며 “일본은행은 엔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2022년에만 60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달러당 엔화값이 16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원화값 역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원화가치가 과거 ‘위기수준’인 1400원대에 진입한 만큼 ‘바닥’이 뚫린 셈이라 얼마나 더 떨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킹달러에 따른 시장의 불안 심리와 중동지역 확전 가능성에 따른 국제 유가 추이, 유럽 금리 인하 돌입 여부 등에 따라 원화값은 2022년 하반기 저점 수준인 달러당 1430원~144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외환당국이 이같은 원화 급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정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1400원대에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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